이스라엘, 가자지구 라파 공격 시사

2024-03-14 13:00:00 게재

또다시 피란민 대량학살 우려 … 민간인 위한 ‘인도주의 섬’ 이주 계획 언급

13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슬람 성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 동안 음식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이 최남단 라파마저 공격할 뜻을 비쳐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우려된다.

이스라엘의 이주 명령에 따라 가자지구 북부에서 남부로 옮겨간 피란민 등 140여만명이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라파까지 공격한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는 미국마저도 라파 공격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할 정도지만 이스라엘의 태도를 바꿔놓지는 못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국방부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이날 하마스 소탕전이 진행 중인 가자지구를 방문해 “지상과 지하 모두에서 대단한 작업이 진행됐다”며 “우리 군은 구석구석까지 진격했고 결국엔 테러범에게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지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곧 우리가 모두(모든 하마스 세력)를 추적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곳과 가자지구 바깥은 물론 중동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란트 장관은 또 “우리는 작년 10월 7일 기습공격에 관여한 모두에게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며 “그들 모두를 제거하거나 이스라엘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피란민 대피 등의 이유로 지연되고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자지구 대부분을 장악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라파를 공격해야만 하마스 소탕과 인질 구출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AP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 군이 라파에 대한 공격 방침을 굳히고 민간인 대피방안까지 마련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은 라파 공습에 앞서 피란민을 다시 가자지구 중앙 ‘인도주의 섬’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피란민들을 지정된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국제사회 행위자들과 협력해 이뤄질 것이며, 이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침공에 대비한 핵심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란민) 140만명 중 상당부분이 이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어디냐면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 인도주의 섬”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지지구 북부 팔레스타인인들을 남부로 몰아넣었다가 다시 중앙지역으로 이주시킨 뒤 하마스 공격의 명분을 얻으려는 것으로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 3만1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절대다수는 아이들과 여성들이다. 또 주민 230만명 가운데 80% 이상이 난민이 된 상황이며 기아와 질병 등 인도주의 위기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라파 공격을 위해 대규모 이주를 시킨다면 인도주의 위기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라파에서 어떤 종류의 이스라엘 군사 작전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는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국경에 있는 남부 가자 시티에 있는 하마스의 4개 대대를 제거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말 그어놓은 ‘레드라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신뢰할 수 있는 민간인 보호 계획 없이 캠페인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는 라파에서 민간인들을 위험으로부터 구출하고 피난처, 식량, 의약품을 보장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제안을 아직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 하마스 카타르 이집트와 6주간의 휴전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실질적인 성과보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마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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