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망한다” 여야 입단속 나서

2024-03-14 13:00:19 게재

후보 과거 발언 잇단 소환

막말 평가도 ‘내로남불’

여야가 총선 후보자들에게 ‘입 조심’을 당부하고 나섰다. 국민눈높이를 강조하는 한편 민주당은 ‘공천 취소’ 징계 카드를 꺼낸다고 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 상황에서 자칫 선거 판세가 흔들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포석인데, 자당 소속 인사는 껴안으면서 상대에 대해선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13일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언행 주의’를 강조했다.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은 “저를 비롯한 우리 민주당의 모든 후보와 당의 구성원들도 앞으로 더 한 층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선거 때는 말 한마디가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가 참 많다”며 “보다 신중하게 선대위를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선대위 회의 후 민주당은 모든 총선 후보에게 ‘선거법 준수, 언행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 이를 위반할 경우 공천 취소를 포함해 긴급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공천 후보자들의 과거 막말이 잇따라 소환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간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일 지역구 인사 도중 국민의힘 지지자를 비하하는 의미인 ‘2찍’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사과했다. 서울 강북을에 공천장을 받은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DMZ에 멋진 거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서 경품을 내는 거야. 발목 지뢰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 하나씩 주는 거야”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국민을 벌레로 표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승리한 양문석 전 방통위원은 지난해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을 수박으로 표현하며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말했다가 당직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막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도태우(대구 중·남구) 후보는 2019년 자신의 유튜브에서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발언해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일종(충남 서산·태안) 후보는 지난 3일 서산장학재단 장학금 전달식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고 언급했다. 조수연(대전 서구갑) 후보는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면서 일제 강점기를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썼다가 사과했다.

여야는 ‘막장 공천’이라며 상대당 인사들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도태우 후보의 공천자격 유지를 결정하면서 사과의 진전성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봉주 후보의 사과에 대해선 “망언 논란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SNS에 남긴 입장은 사과 몇 줄이 전부”라며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3일 국민의힘 후보들의 막말과 관련해 “국민들이 문제 삼아도 국민 눈높이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 무서워하면 이렇게 할 수 있겠나. 확실하게 심판하자”고 말했다. 반면 정봉주 의원 발언과 관련해선 “발언 직후에 사과했고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다”고 했다.

자기 편의 부적절 발언과 이후 처신에 대해선 양해를 구하면서 상대의 막말에 대해선 후보직 사퇴를 주장해 ‘막말 평가도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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