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회사채 디폴트, 올해 들어 벌써 29건

2024-03-15 13:00:01 게재

FT “금융위기 이후 최다”

올해 들어 전세계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레이팅스 자료를 인용해 “1월초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회사채 디폴트 건수는 29건”이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2009년 같은 기간(1월 1일~3월 14일) 디폴트 건수는 36건이었다.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은 FT에 “정확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부터 디폴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차입금이 많은 기업들은 고금리에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크루즈선 운영사 ‘혼블로워’, 소프트웨어 기업 ‘고투’, 영국 영화관운영기업 ‘뷰엔터테인먼트인터내셔널’ 등으로, 이들은 지난달 회사채 지급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29건 디폴트 중 대다수는 미국기업이 발행한 것이었으나, 유럽기업도 8곳에 달했다. FT는 “이는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디폴트 건수와 비교하면 2배 이상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미국 의료기업 ‘레디올로지 파트너스’, ‘플루토 애퀴지션’, ‘카노 헬스’도 지난달 회사채 지급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S&P에 따르면 2022년부터 환자가 선택하지 않은 치료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금에 한도가 생기면서 수익이 줄어든 탓이 컸다

29건 디폴트 중 14건은 ‘헐값교환(distressed exchanges)’이었다. 채권자들이 고비용·장기간의 파산절차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명목가액보다 크게 낮은 가치의 자산을 받는 것이다.

S&P 애널리스트 에카테리나 톨스토바에 따르면, 소비동향에 민감한 기업들이 올해 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화학, 헬스케어 기업들도 위험군에 속했다.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들과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대거 모여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S&P는 거시경제조건이 개선되고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올해 말 유럽 디폴트 비율은 3.5%로, 지난해 말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