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정부 부채 심각…금융구제책 ‘여전히 부족’

2024-03-15 13:00:02 게재

지방금융기구 ‘숨겨진 부채’ 해소 위해

‘특별 재융자 채권’ 발행 등 지원

유동성 위기 일시적 완화 효과에 그쳐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조치로는 지방정부의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으로 줄이는 데 불과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 차이신글로벌은 13일 “중국 중앙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방정부가 부채 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숨겨진 대출을 만기가 길고 이자율이 낮은 은행 대출로 교환(스왑)하거나 구조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조치를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두배가 넘는 70조위안(약 1경2854조원)으로 추산되는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러한 조치는 지방정부의 유동성 위기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라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중국 장쑤성 동부 난징의 금융도시 2단계 프로젝트 건설 현장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 지방정부는 고속도로나 교량 등 인프라 투자자금을 수혈하기 위해 오랫동안 지방정부금융기구(LGFV)를 통한 대출에 의존해 왔다. LGFV는 지방정부를 대신해 대출을 받기 위해 설립된 국영기업으로,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통제조치 시행으로 많은 지출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수입원인 토지 매각 수익까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정부는 수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지난해에는 지방당국이 숨겨진 부채를 공식 예산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할당량을 설정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7월 ‘부채 해결 계획 패키지’ 조치를 발표했고 이에 따라 전국 각 도시와 성 단위 지역에서는 부채 상환을 위해 1조위안 이상의 ‘특별 재융자 채권’을 발행했다.

이 자금은 2018년까지 재무부에 기록된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주로 사용되며 만기는 2024년 말이다. 차이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 특별 재융자 채권 발행으로 총 1조5000억위안이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중앙정부는 또 지난해 9월부터 부채가 많은 12개 성 단위 지역의 상업은행에 지방당국과 LGFV의 상환 압박 완화를 위해 LGFV의 비표준 부채를 재조정하거나 만기가 길고 이자율이 낮은 은행 대출로 교환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제 중국 전국의 성 단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비표준 부채는 일반적으로 은행 간 시장이나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신탁 대출, 인수 어음, 매출채권 등의 부채를 말한다. LGFV는 채권을 채무 불이행한 적이 없지만, 일부 LGFV는 비표준 부채를 채무 불이행한 적이 있다.

지난주 란 포안 재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가 전반적으로 완화됐으며 이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계획 패키지의 실행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있다. 지방당국이 LGFV 채권 상환에 암묵적인 보증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패키지 실행으로 이 채권이 채무 불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의 믿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부채 해결 계획 패키지’는 LGFV 채권의 발행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채권의 수요를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이스트머니정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LGFV 채권 발행 규모는 1조5000억위안으로 전분기 대비 7% 증가했으며 순자금조달도 전분기 대비 4.2%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무원은 지방정부의 암묵적 부채를 해결하는 데 금융기관이 역할을 하라는 공지를 발표했다. 일부 지방의 상업은행들은 지방정부로부터 LGFV 채권과 고비용의 비표준 채권을 모두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방 당국은 비표준 부채를 최저 이자율과 만기가 20~30년인 은행 대출로 교환하기를 원하며, 첫 5년 동안 원리금을 내지 않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이러한 방식을 선뜻 수용하기는 어렵다.

차이신은 한 지방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은행들은 (LGFV 부채 교환에)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주로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채를 연장하거나 교환(스왑)하거나 금리를 인하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교환을 위한 새로운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나 특별 재융자 채권을 통한 채무 재조정이나 스왑은 임박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일시적인 구제책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조치는 지방정부가 더 많은 숨겨진 부채를 떠안는 것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재정 수입과 지출 의무를 분배하는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은행연구소의 장밍 부소장 등은 조세 분담과 재정 지출 시스템을 재조정할 것을 촉구했다. 장 부소장은 지방정부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 수입의 대부분은 지방당국에게 분배할 것을 제안했다.

중앙재정경제대학의 차오바오윈 중국 공공재정·공공정책학원장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의 근원은 지방정부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견제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웨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뤄즈헝은 “지방정부가 부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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