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압승, 국제정세 파장 클 듯

2024-03-18 13:00:02 게재

“우리 전사들에 감사” 우크라전 더 장기화 … 북·중과 밀착 강화, 한반도정세 변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겸 대선 후보가 18일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본부에서 언론과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17일 사흘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87%를 웃도는 압도적 지지로 5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그의 행보가 국제정세 전반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사상 최고 득표율로 승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내적 명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미국 및 서방과 대립각을 심화해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방이 무기·경제 거래로 의심하는 러시아-북한간 밀착이 더 가속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위협 요인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집권 5기를 열게 된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더 강하고 효율적인 러시아를 주창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가권력의 원천은 러시아 국민이다. 러시아 시민의 목소리는 러시아 국민의 단결된 의지를 형성한다. 이는 국가 존립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며 “투표하러 온 러시아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특히 우리 전사들에게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특별히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면서 “서방이 아무리 우리를 겁주고 우리의 의지와 양심을 억누르려고 해도 역사상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지금도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선거 결과로 러시아 사회가 통합되고 더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새 임기 과제로 국방력 강화를 들기도 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안젤라 스텐 수석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푸틴 대통령이 보낸 모든 신호는 전쟁이 계속되리라는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그는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이와 관련 “더 중요한 선거는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이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가 균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의 선거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우크라이나 전쟁의 일시 휴전을 제안한 것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의 이 성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제안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러시아 이익의 기초 위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서방의 비판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일부 외국의 반응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그들이 일어나 박수치길 바랐나. 그들은 무력을 이용해 우리와 싸우고 있다. 전자투표는 투명하고 완전히 객관적”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지속 가능하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는 실패할 것”이라며 중러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2차례 만나며 전략적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을 공급받는 등 밀착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러시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조만간 평양 답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중·러 3국의 밀착 강화는 한·미·일 3각 공조와 대립각을 이루는 신냉전 구도를 강화해 한반도 정세에도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그는 세상을 떠났다. 이것은 항상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발니를 ‘나발니씨’로 부르며 “나발니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정부 구성원이 아닌 동료들이 나에게 나발니씨를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동의했다”고 밝혔다.

나발니 사망 직전 수감자 교환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는 나발니 측근 마리아 페브치흐의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한 것이다. 페브치흐는 나발니와 미국 국적자 2명을 러시아 정보요원 출신 바딤 크라시코프와 교환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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