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 관계 갈수록 악화

2024-03-18 13:00:02 게재

‘네타냐후 교체설’ 논란

라파 공격 놓고도 갈등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앞두고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계속해서 이스라엘의 뒷배를 자처해 온 미국이 이스라엘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모양새다. 더구나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 되면 미국 내부 여론마저 등을 돌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지난주 미국 정가에서는 예상 밖의 상황이 연출됐다. 민주당 소속의 척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공개 발언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평화의 중대한 장애물’로 언급하면서 사실상 교체를 언급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두둔했다. 휴전협상에는 소극적이면서 라파 공격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됐다. 이렇게 되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발끈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CNN 방송 인터뷰에서 슈머 원내대표의 발언을 “완전히 부적절했다”며 정면 반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매 민주주의 국가에 가서 그곳의 선출된 지도부를 교체하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그것은 이스라엘 대중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우리는 바나나 공화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바나나 등 한정된 농산물이나 원자재 수출에만 의존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부패하고 외부적으로는 외세 개입으로 불안정한 권위주의 국가를 싸잡아 경멸적으로 부르는 용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이스라엘인 다수가 내 정부의 정책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과격분자 정부가 아니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을 대표한다. 슈머 의원이 이들 정책을 반대한다면 나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계 미국인으로 민주당내 친이스라엘 성향 중진인 슈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상원 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키워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머 대표는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극단주의자들과 연합해 이스라엘의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우선한다”며 이스라엘에 새로운 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 노선을 고집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교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도 이 연설을 “좋은 연설”이라고 평가하면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미국의 인내가 바닥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기류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 역시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이날 주례 각료회의에서도 미국 등 동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우리 친구들에게 나는 건망증이 있느냐고, 그래서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이었던 작년 10월 7일 유대인 상대 학살을 그렇게 빨리 잊었느냐고 묻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쟁을 멈추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거짓 주장을 펴고 전쟁 중에 총선을 치르라고 한다”면서 “하마스 괴물들로부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그토록 빨리 부정하려 하는가. 도덕적 양심을 그렇게 빨리 버렸는가”라고 따졌다. 슈머 원내대표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네타냐후는 미국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와 아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피란민이 몰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도 강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아무리 커져도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목표 달성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은 라파에서 조심스럽게 작전할 것이다. 몇 주가 걸리겠지만 어쨌든 작전은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작전 개시 전 민간인을 대피시키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자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많은 사람을 그곳에 가둬둔 상태에서 진행하려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라며 “우리는 그들이 전장을 떠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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