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경제 나아진다는데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

2024-03-18 13:00:02 게재

수출 5개월째 증가세…경제지표 ‘반등’ 뚜렷

소득 정체, 물가는 급등세…내수도 뒷걸음질

나라 경제는 나아지고 있다는데 살림살이는 더 팍팍하다. 경기가 회복된다지만, 아직은 대기업이나 수출 지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은 뻔한데 장바구니 물가는 하루가 다르다. 월급이 찔끔 늘어봐야 실질소득은 마이너스다. 고물가·고금리 탓에 빚 있는 서민들은 생활 자체가 버겁다. 돈 쓸 여력이 못되니 내수는 불황이다. 내수로 먹고 사는 500만 자영업자도 덩달아 힘들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실물경제 지표들은 봄날씨다. 정부가 펴낸 ‘3월 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지난 1월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가 한 달 전 대비 0.4%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전월대비 증가세(0.3%→0.4%→0.4%)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 덕분이다. 2월 수출은 524억1000만달러로, 5개월 연속 증가세다. 반도체 수출이 한해 전보다 67% 늘어나는 등 15개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6개 품목(반도체, 선박, 디스플레이, 컴퓨터, 바이오헬스, 일반기계)의 수출이 늘었다. 한 때 적자로 돌아섰던 대중 수출도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가 저점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엇갈린 모습을 보여 온 경기지수가 플러스(+)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산업생산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수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민간연구소들은 “경기 저점을 지나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가 큰 만큼, 본격적 경기회복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PF 리스크와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3%대를 들락거리는 물가 상황도 변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저점 통과론’을 제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는 경기순환주기상 수축 국면을 지나 확장 국면의 회복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부분별로는 희비가 엇갈린다고 단서를 달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분기별 성장률이 지난해 2분기부터 0.6%를 기록(연간 2% 중반)하며 2%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웃돌아 경기 저점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거꾸로다. 고물가, 특히 장바구니물가 영향이 크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전년동기 대비)다. 한 달 전보다 0.3%p 높아졌다. 특히 과일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과 먹거리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월 신선 과실(과일)·채소·어개(생선·해산물) 등 신선식품지수의 물가상승률(전년동기 대비)은 20%나 됐다.

국민들의 경기판단과 물가 부담은 여론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를 물었더니 57%가 부정적이었다. 긍정평가는 36%에 머물렀다. 특히 부정평가의 첫 번째 이유가 ‘경제·민생·물가’(16%)였다. 흔히 거론되던 ‘독단적·일방적’(9%), ‘소통미흡’(9%)은 한자리 수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는 3월 둘째 주(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때문에 정부는 물가 문제 해결을 정책 1순위로 놓고 총력전에 나섰다. 당정은 전날 농축산물 긴급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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