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엄격해진 법원 잣대

2024-03-19 13:00:22 게재

“15년 연체 양육비 지급”

양육비 지급의무 이행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엄격해지고 있다. 15년 연체된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을 하거나 교육비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이미 결정된 양육비를 증액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정연희 판사는 A씨가 전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양육비 이행명령신청 사건에서 “전 남편은 29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2008년 남편과 협의이혼 당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이혼합의서를 작성했다. 내용은 ‘(자녀가 성년이 되는) 2028년까지 매월 40만원을 양육비로 지급한다. 남편은 사전협의를 거쳐 자녀를 자유롭게 면접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 남편은 양육비를 보내지 않았고 아이도 면접하지 않았다. 15년이 흐른 2023년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던 A씨는 전 남편의 주민등록초본을 떼어보고 깜짝 놀랐다. 전 남편은 서울의 한 고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혼합의서보다는 이후 작성된 조정조서의 법적 효력을 중시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비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양육비를 증액한 사례도 있다. 광주가정법원 가사3부는 B씨의 전 남편이 제기한 양육비 청구소송 항고심에서 항고를 기각, 양육비를 매월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리도록 한 원심 결정을 유지했다.

B씨는 2008년 전 남편과 협의 이혼하면서 매월 30만원의 양육비를 받기로 합의했다. 15년이 흐른 지난해 B씨는 전 남편이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형편이 나아진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미지급된 양육비 일부를 지급하고, 매월 지급되는 양육비를 90만원으로 증액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고교생이 된 자녀 교육비로 영어·수학 학원비, 악기 강습비 등 매월 44만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5년간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 B씨와 전 남편의 경제사정, 자녀가 성장하면서 양육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월 양육비를 70만원으로 조정했다.

전 남편이 불복해 항고했으나 기각됐다. 이들의 소송을 각각 대리한 공단측 구태환 변호사와 나영현 법무관은 “양육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법원의 엄격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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