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전세자금대출 161조원 늘었다

2024-03-20 13:00:01 게재

문재인정부때 126조원 증가

전세자금보증기준 완화 탓

2010년 이후 갭투자가 전세사기로 변질

2008년 이후 15년간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61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정부 이후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면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일 ‘전세제도 관련 실태분석’을 통해 2008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정권별 전세자금대출 잔액 현황을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임기초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3000억원에서 시작해 임기말에는 6조1000억원이 증가한 6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29조6000억원이 늘어 잔액은 36조원이 됐다. 문재인정부에서 전세자금대출이 126조원 늘어 잔액이 162조원이 됐다. 문 정부 때 집값이 급등해 전세자금 대출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2022년 170조5000억원까지 잔액이 늘었다가 2023년 10월 161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 상승액이 큰 정권을 순서대로 보면 주택 매매가격 상승액과 연동돼 있다. 이는 전세자금대출이 전세가격은 물론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42%, 아파트 62% 차지 = 최근 5년간 전세자금대출 공급액은 286조6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97%인 278조6000억원은 은행에서, 4조5000억원(2%)은 카드사, 3조3000억원(1%)은 보험사에서 공급했다. 5년간 대출건수는 총 219만건이 넘었는데 그 중 97%인 212만건을 은행권에서 공급했다.

전국에 풀린 전세대출 공급액 286조6000억원 중 서울이 120조2000억원으로 42%를 차지했다. 경기 87조7000억원(31%), 인천 18조4000억원(6%) 순으로 지역별 공급액이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에만 전세대출 공급액 79%(226.3조)가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유형별 전세자금대출 공급액은 286조원 중 아파트가 178조5000억원(62%)으로 가장 많았다. 다세대·다가구 52조2000억원(18%), 오피스텔 25조5000억원(9%), 연립·단독 11조2000억원(4%), 기타 19조1000억원(7%)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 기준 완화로 대출금 증가 = 분석 결과를 보면 전세자금대출은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비싸고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이다. 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갭투자’라는 용어가 등장한 2010년 무렵 집값은 하락한 반면 전세대출 지원은 확대돼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이 많았다. 전세를 끼고 소액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투기 형태로 변질됐다.

전세자금대출이 확대되는 중요한 통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세자금보증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전세자금보증은 전세자금 대출 시 은행 요청에 따라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해주는 상품이다. 공공이 보증해주기 때문에 개인은 훨씬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004년 주택금융공사가 설립된 후 보증한도와 보증금 요건, 소득요건 등은 꾸준히 완화됐다. 현재 보증한도는 4억원, 임차보증금의 80%까지 가능하고 부부합산소득 1억 초과 1주택자, 보유주택 가격 9억 초과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보증도 허용됐다.

2008~2023년 9월 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보증 정권별 공급액은 이명박 34조2000억원(121만건), 박근혜 71조원(169만건), 문재인 197조7000억원(309만건), 윤석열 94조8000억원(128만건) 등이다. 연평균 공급액은 윤석열정부가 47조4000억원(64만건)로 금액과 건수 모두 가장 크다. 건당 금액도 윤 정부가 7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무분별하게 늘어난 전세대출은 전세사기 자금줄로 악용돼 왔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정부는 전월세신고제 의무화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과태료 부과를 시행하고 전세자금대출 DSR 적용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전세제도가 사라지기 어렵기 때문에 전세제도의 위험이 최대한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공공이 차단·흡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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