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이냐 확전이냐…갈림길에 선 여권 ‘2차 갈등’

2024-03-20 13:00:30 게재

‘황상무 지뢰’ 제거했지만 ‘이종섭·비례 공천 지뢰’ 남아

이 대사 ‘조기 귀국’ 관측 … 친윤 “비례 공천 바로 잡아라”

경기 후보 “윤-한, 오늘이라도 수습안 내놓을 걸로 믿어”

4.10 총선을 3주 앞두고 터진 여권의 ‘2차 갈등’이 갈림길에 선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황상무 사퇴’만 선택 수용하면서 갈등의 추이가 주목되는 것. 다만 친윤이 친한(한동훈)이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갈등 구조가 복잡해져 ‘2차 갈등’이 지난 1월 ‘1차 갈등’처럼 금세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아프리카 5개국 장·차관 인사들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황 수석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MBC기자를 향해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가 비난을 자초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당 지도부, 친윤을 포함한 수도권 후보들은 일제히 황 수석 사퇴를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까지 사퇴에 선을 그었다. 다만 황 수석 사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여당에 밀려 인사조치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걸 꺼렸을 뿐 사안의 중대성으로 인해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관측이다.

이제 ‘2차 갈등’을 촉발시켰던 논란 가운데 남은 건 ‘이종섭 귀국’과 ‘비례대표 공천’이다.

한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은 연일 이 호주 대사의 ‘즉각 귀국’을 촉구하고 있다. 야당의 ‘피의자 빼돌리기’ 공세가 여론에 설득력 있게 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 후보들은 ‘이종섭 논란’이 총선 판세를 흔든다고 우려한다. 경기지역에 출마한 후보는 “용산이 제 정신이면 이렇게 못한다. (이종섭 논란은) 하루빨리 정리해야한다. 지금 판세대로라면 경기도에서 6석 건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4년 전인 2020년 총선 당시 경기도에서 7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서울 성동갑에 출마한 윤희숙 후보는 귀국보다 한 발 더 나가 이 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윤 후보는 19일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관련되신 두 분(황상무·이종섭)의 자발적인 사퇴가 저는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간절하게 부탁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20일 오전까지 ‘이종섭 논란’에 대해 ‘변화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이 기존 입장(“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을 바꿔 이 대사를 조기에 불러들일지 주목된다. 다만 채널A는 이날 정부 고위관계자 입을 통해 “외교부 일정으로 방산 관련 회의 일정이 잡히면서 이 대사가 조만간 귀국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사가 이유야 어쨌든 조기 귀국하게 되면 여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갈등 수습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0일 안양남부새마을금고 본점 강당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공천도 변수로 급부상했다. 윤 대통령 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지난 18일 친한(한동훈)이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을 작심 저격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윤 대통령과 친윤은 친한이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이 “객관성을 잃었다”고 보는 기류다. 친윤에서는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쪽 사람은 일부러 (명단에서) 빼고, 자기 사람만 넣었다”는 불만을 내비친다. 반면 친한으로 꼽히는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저쪽(친윤)이 겐세이(견제라는 의미의 일본어)를 엄청 했다고 들었다. 한 위원장 마음대로 (공천) 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도 19일 “일각에서는 사천 프레임을 또 가져다가 씌우고 그러던데 지역구 254명, 비례 명단 중에 단 한명이라도 내가 추천한 사람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다만 여당은 19일 이철규 의원이 문제 삼은 비례대표 공천자 4명(비대위원 출신 2명과 공직자 출신 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이시우 전 총리실 서기관의 공천을 취소했다. 한 위원장이 이 의원 요구(“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를 전폭 수용해 후보 등록(21~22일) 전까지 기존 공천자를 빼고 새 공천자를 넣는 식의 공천 명단 재작성에 나설지 주목된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더이상의 확전은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양측이 두 논란(이종섭·비례대표 공천)을 어떤 식으로든 수습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경기지역 출마 후보는 “하루빨리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면 다 죽는다. 다 죽고 난 뒤에 잘잘못 따지면 무슨 소용이냐. 양쪽(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오늘이라도 수습안을 내놓을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