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US스틸 방어·인텔 ‘통큰’ 지원

2024-03-21 13:00:01 게재

“인텔에 26조원 지원” 일자리 강조 …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애리조나 표심 공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방문해 연설한 후 한 근로자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재대결이 될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주요 경합주들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역 경제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지닌 미국 기업들을 이슈로 삼아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데 이어 20일(현지시간)엔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에 대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 방침을 밝혔다. US스틸의 본사는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이고, 인텔은 또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주를 포함한 4개주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추진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에서 연설을 통해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4000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랜드마크”, “스마트 투자”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의 지원은 애리조나주 300억달러, 오하이오주 300억달러 등 인텔의 1000억달러 투자와 결합된 것”이라면서 “이는 애리조나 및 오하이오주 역사상 가장 큰 민간 분야 투자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여러분이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앞세워 경합지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앞서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인텔에 85억달러 보조금을 지급하고 110억달러(약 14조8천억원)의 대출 지원을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 등 4개주에 5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인데 오하이오 공장의 경우 재정 부족으로 건설 프로젝트 일정을 늦추고 있던 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지원이 “미국내 역대 최대규모의 반도체 투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첨단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우리의 (첨단 반도체) 생산량은 0%다. 업계 전반의 첨단 반도체 제조는 거의 아시아로 이전했다. 그것이 오늘의 투자가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40년만에 첨단 반도체 제조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취임 이후 82여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애리조나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만표가량 차이로 신승한 경합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을 공개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은 한 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철강 회사였고, 그것이 국내에서 소유되고 운영되는 미국 철강 회사로 남아있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인 철강 근로자들에 의해 가동되는 강력한 미국 철강회사들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나는 우리의 철강 근로자들에게 내가 그들을 진심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세계 4위 철강사인 일본제철이 149억달러(약 19조6000억원)에 US스틸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건 지난해 12월18일이다. 일본제철로서는 무역장벽을 뚫기 위한 미국 시장 공략을 노린 것이고 미국 3위이자 세계 27위인 US스틸로서는 회사를 매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전미철강노조(USW)가 사측이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며 반대를 표명하면서 이 문제는 워싱턴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백악관이 재무부에 국가안보·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의를 진행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선명한 성명이 나온 것이다.

US스틸 본사를 품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는 핵심 경합주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0.72%포인트 차로 졌고, 2020년 대선에선 1.17%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까스로 이긴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노조원 수 120만명인 철강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