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위성정당 “우리는 하나”…노골적 ‘원팀’ 논란

2024-03-21 13:00:16 게재

민주당, 선거대책회의도 ‘같이’ … 국민의힘 “비례후보 공천 직접”

녹색정의당 등 “위성정당, 거대양당의 사조직·일개 부서 불과”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거대양당이 스스로 만든 비례위성정당과 원팀을 선언하면 노골적인 ‘한 지붕 두 가족’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당의 독립성, 지속가능성 등을 훼손하고 다당제를 유도하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어 ‘반칙’이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악수하는 이재명-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인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동회의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백승아 상임선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0일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과 공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열고 ‘한 몸’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손을 잡고 하나가 될 때 집권당의 횡포를 확실하게 견제하고 실정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연합 백승아 공동대표는 회의 후 이 대표가 “우리는 이제 진짜 한편”이라고 하자 “아군입니다. 아군”이라고 화답했다. 선거 운동복도 같은 모양, 같은 색깔로 맞춰입은 두 정당은 마치 한 정당같이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후보 검증에도 직접 참여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이유로 시민사회에서 추천한 후보 3명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해 후보명단에서 빠지게 만들기도 했다. 민주당 광주 동구남구갑 윤영덕 의원은 경선 패배 이후 탈당, 더불어민주연합으로 들어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선거사무를 위해 민주당 당직자들이 대거 이동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역시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운영과 공천에 직접 관여했다. 당직자가 대표를 맡았고 국민의힘 공관위원이 비례대표후보 검증과 확정에 직접 관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미래 비례후보 선출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 친윤석열계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국민의미래 비례후보 추천과정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비례대표후보를 뽑아 그대로 국민의미래로 옮겨갈 것을 사전 도모했다는 점을 공개하면서 불투명한 후보선출 과정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이다. 자매정당이다. 한 몸이다”며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동훈도 밝힌 바 있다. 별개의 당이 아니다”고 했다. “(비례위성정당의) 당직자 임명부터 공천과정이 한동훈 비대위원장 책임 하에 진행돼 왔던 점도 부인하지 못한다”며 “비례대표 공천은 그 진행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당초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를 국민의힘에서 고심해서 결정한 후에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또 지도부에서 그렇게 말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분들은 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 국민의미래 (비례후보 선정)에 관여하느냐, 월권이라 하는데 그러면 한동훈 비대위원장, 장동혁 사무총장도 다 월권이고 다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거대양당은 국회의원 꿔주기에도 ‘같이’ 나섰다. 민주당이 9명, 국민의힘이 8명의 의원을 제명시키거나 탈당시켜 비례위성정당으로 입당시키는 ‘편법’을 동원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투표 용지 맨 위에, 국민의미래가 그 뒤에 위치하기 위한 사실상의 ‘담합’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례위성정당에서 가장 자유로운 녹색정의당만 입을 열고 있다. ‘정의’를 앞세운 조국혁신당이나 위성정당 일원으로 참여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 등은 거대양당과 그들의 위성정당간에 이뤄지는 ‘정당간 노골적 관여’에 대한 논평을 단 한 번도 내놓지 않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 기호를 앞당기기 위한 의원 불법대출에 동참했다”며 “위성정당과 공천관리위원까지 겸직하며 대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윤석열정권을 심판하겠다면서 똑같은 반칙을 스스럼없이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행태도 무척 유감”이라고 했다. 녹색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거대양당을 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에 반하는 위성정당으로 의석 도둑질을 하고 더 좋은 몫을 차지하기 위해 기호 도둑질마저 한다"며 "현역의원 확보로 중앙선관위로부터 선거보조금까지 챙기며 국고도둑질까지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녹색정의당은 유권자 등과 함께 지난 12일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등록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미래는 헌법이 정하는 정당으로서의 실질과 독립성이 없어서 정당으로 볼 수 없다”며 “‘모’정당에 부속된 ‘자’정당으로서 일개 부서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창당 및 운영에 각종 물적·인적 지원을 받고 현역 국회의원을 파견 받으며 후보자 공모, 공천, 후보순번 배정 등에서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8조에 근거하여 정당법 제2조는 ‘정당이라 함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을 말한다’고 규정하는데 위성정당은 양당에 완전히 종속된 형태를 가진 단체에 불과하여 자발성을 결여한다”며 “위성정당은 양당의 정책과 활동에 순응할 뿐 자체적인 조직, 정책, 운영활동이 배제된 결사체이며, 양당의 의석확보에만 목적을 둔 사조직 또는 임의단체에 불과하다”고 했다. “모체인 양당은 지역구 선거를 담당하고 그 위성정당은 비례대표선거를 담당한다”며 “이렇게 역할을 나눠서 두 개의 정당을 만드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복수정당에 해당한다”이라고도 했다. 더불어 “선관위의 위성정당 등록승인행위는 국민 전체의 헌법상 선거권, 비례선거권 가치왜곡에 따른 평등권 내지 평등선거원칙을 침해하였다”며 “국민의 정상적인 참정권과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정당제도와 비례대표제의 근간을 훼손하였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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