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황금산단 변칙 분양…3000억원 투자 무산

2024-03-21 13:00:24 게재

분양공고에 없는 지분참여 요구해 말썽

시행사 “한양, 에너지사업 진출에 필요”

전남 광양 황금산업단지(111만㎡) 사업시행사가 사업 전망이 좋은 이차전지 업체에 분양조건에도 없는 지분 참여를 요구해서 말썽이다. 이 때문에 수천억원 투자를 약속했던 중국계 회사가 전남을 떠나 전북에 투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21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광양청) 등에 따르면 중국계 이차전지 생산업체 A사는 지난해 11월 전북도와 3000억원 규모 투자협약을 맺고 조만간 새만금에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당초 광양청 유치 노력으로 황금산단 10만5000㎡를 매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인근에 이차전지 생산업체 포스코퓨처엠과 광양항, 여수공항 등이 있어 공장을 짓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광양청과 광양시는 음극재를 생산하는 A사가 입주하면 기존에 있는 양극재와 전해질, 분리막 등을 생산하는 회사와 어우러져 이차전지산업 생태계를 만들 것으로 보고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해 5월 돌연 황금산단 투자를 포기하고 전북으로 발을 돌렸다. 떠난 이유는 황금산단 사업시행사인 광양지아이(주)가 분양공고에도 없는 지주회사의 지분 참여를 요구해서다.

황금산단을 개발 중인 광양지아이는 ㈜한양과 ㈜보성이 100% 출자했다. 광양지아이는 에너지 분야 진출을 모색 중인 한양의 사업전략에 따라 땅을 찾는 업체에 한양의 지분 참여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지분 참여 범위는 땅값을 놓고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한양 입장에선 땅도 팔고 지분도 챙기는 셈이다.

지분 참여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반면 자금 여력이 풍부하고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한 기업에게는 되레 경영 간섭이라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A사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전북을 선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광양지아이는 최근에도 외국계 에너지기업에 지분 참여를 요구했다.

광양지아이 관계자는 “땅만 분양해서는 이익이 안 남는다”면서 “한양이 에너지 분야에 주력하는 만큼 이차전지업체를 중심으로 지분을 계속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양청은 애써 공들인 A사가 전남을 등지자 광양지아이 변칙 분양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변칙 분양으로 투자 유치 무산 사례가 계속 나올 것 같아서 걱정이다.

황금산단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13조’에 따라 토지를 수용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개발 사업시행자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토지나 물건, 권리를 수용할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황금산단 진입로 개설에 국비 250억원 등을 투입했다. 게다가 전남도는 지역발전 명분을 내세워 한양이 여수 묘도에 추진 중인 1조4000억원 규모 ‘LNG 터미널 구축사업’에 224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광양청은 산단 조성 취지와 전남도 발전 등을 감안해 변칙 분양 중단을 희망하고 있다.

광양청 관계자는 “불합리한 지분참여 요구 때문에 한때 사업권 회수 등 제재 방안을 찾았다”면서 “제재를 할 만한 마땅한 강제조항이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