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운동인데 친구와 함께하니 효과있어”

2024-03-22 13:00:22 게재

영등포구 지역사회 통합돌봄망 ‘행복마중’

이웃사촌 주민은 재능기부로 관계망 지원

“이렇게 몇 번만 하면 오십견이 없어지겠어.” “팔을 잘 안 써서 오십견이 오는 거예요.” “뚝뚝뚝 소리가 나는데?” “이 운동 자주 하시면 없어져요.”

최호권 구청장이 은하수 구성원들과 함께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피트니스센터 ‘더올피티(PT)’. 이용자가 거의 없는 오후 시간, 김형선 대표와 70·80대 남성들이 몸 풀기에 한창이다. 노년층이 통증을 많이 느끼는 하체와 어깨 근육을 푸는 운동을 한 뒤에는 이하용 트레이너가 기구를 사용해 근력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참가자들은 “집에서 혼자 하면서 거울을 보면 웃음만 나온다”며 “똑같은 운동인데 함께하니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영등포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노인복지 모형을 선도할 실험을 하고 있다. 사회활동이 위축된 주민들이 동년배 친구들과 소모임 활동을 하며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웃 주민들은 재능기부로 응원하는 ‘행복마중’이다. 최호권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서로를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행복마중을 구성하는 핵심은 4~8명이 모임을 꾸려 구성원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마을살이’다. 이들은 거주지 근처 ‘골목학교’에서 한글배움이나 건강체조 걷기명상 등을 함께하고 모일 곳을 제공하는 ‘함께공간’에서 관계를 이어간다. 자조모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도움을 주는 ‘마을지기’ 역할도 있다.

더올피티로 근육 운동 겸 나들이에 나선 이들은 마을살이 ‘은하수’ 구성원들이다. 우울·고독을 해소하는 모임에 참여했던 이들이 지난 2022년 말 자조모임을 꾸렸다. 신길동 주민 김용지(85)씨와 김철수(82)씨, 유왕숙(84·도림동)씨와 송기영(77·영등포본동)씨다. 매주 화요일 운동을 포함해 밥과 차를 나누거나 함께 걷기 등을 하면서 주 5일은 만나는 사이다. 특히 유씨는 “대장암 수술 이후 걷지도 못했는데 복지관 직원들이 끌어냈다”며 “병원에서 나왔을 때는 외로움과 고독에 시달렸는데 모임을 이어오면서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노인들이 자주 모인다고 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운동을 도운 두 청년은 이웃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위해 건강나눔을 실천하는 골목학교 선생님들이다.

2018년부터 기초한글을 배우고 있는 차성순(75·문래동)씨는 8명이 뭉친 ‘한마음’ 덕분에 별명까지 바뀌었다. 항상 찡그리고 있다고 해서 ‘찐순이’로 불렸는데 지금은 지역 대표 ‘방글이’다. 한마음 구성원들은 주 2회 한글공부를 핑계로 당산동 ‘사진관입니다’를 비롯한 함께공간이나 서로의 집에서 어울린다. 김윤호 사진관 대표는 신규 자조모임을 응원하는 마을지기다. 차씨는 “나이 차가 많게는 10살까지 나는데 어울려 살다보니 다 동갑같다”며 “함께 먹고 놀고 웃으니 치매 걸릴 새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부터 지역 자원을 찾기 시작해 2022년부터 싹을 틔우기 시작한 소모임은 35개 152명으로 늘었다. ‘꿈꾸는 작가’ ‘나눔의 사랑’ ‘문경지교’ 등 독특한 이름과 모임 내용은 구성원들이 정하고 끌어간다. 사진관부터 카페 종교기관 등 다양한 함께공간에 밥상 건강 마음 추억을 나누는 마을지기 덕분에 각 소모임들은 지역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어르신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는 바로 사람”이라며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력 있는 노후를 보내도록 든든한 이웃이 돼 따뜻한 동행을 펼쳐가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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