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낮아진 보수층 응답률 ‘손절’이냐 ‘경고’냐

2024-03-22 13:00:28 게재

물가·용산리스크 ‘정권심판론’ 부각 맞물려

4대기관 지표조사, 진보 응답 상승과 대조

“지역구 선택서 가속” “투표율은 다를 것”

4.10 총선 후보등록 마감을 앞두고 수세에 몰렸던 야권의 지지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여론조사에서 여야 격차가 줄어 혼조세에 접어들거나 일부 조사에선 판세가 역전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개별선거 전망에서도 야당 후보가 우위를 보인다는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민생문제와 최근 불거진 용산리스크가 여권 지지율을 흔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이념상 보수층의 응답률이 눈에 띄게 낮아져 해석이 분분하다. 지역구 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하면서 여권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과 여권에 경고를 보내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사탕 선물 받는 한동훈 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1일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지지자에게 사탕을 선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여당 지지 하락세 뚜렷 = 21일 공개된 KBS-한국리서치 조사(17~19일, 3000명,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지역구 투표 정당 선호 조사에서 36%가 더불어민주당, 32%가 국민의힘을 꼽았다. 지난 2월부터 진행된 4번의 조사에서 민주당은 34, 33, 32%로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번 조사에선 36%로 반등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33%에서 35%로 오른 뒤, 이번 조사에선 소폭 하락했다. 1당 전망에서도 민주당 39%, 국민의힘 28%였다. 22대 총선 인식과 관련해선 ‘정부지원론’ 39% ‘정부견제론’ 54%였다.

비례정당 지지율에선 국민의미래 29% 더불어민주연합 18% 조국혁신당 21%로 나타났다.

여야의 공천에 대한 평가에선 국민의힘 긍정 42%, 부정 43%였고, 민주당은 긍정 39% 부정 48%였다. 3차 조사와 비교하면 긍정과 부정 평가 간 차이가 21%p에서 9%p로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하락했고, 민주당은 상승세를 보였다. 고물가 상황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의료대란 장기화 등이 여권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표 하트 인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옛 도심을 찾아 시민에게 하트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입 다문 보수층, 왜? = 21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대기관 전국지표조사(18~20일, 1001명, 가상번호 전화면접)에서도 여당 하락세가 나타났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34% 민주당 29% 조국혁신당 10%로 나타났다. 2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3%p 하락했다.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 의향 정당에서도 국민의힘 지지가 3%p 내렸다. 제1당 예상에선 민주당 45% 국민의힘 37%였는데 2주 전 조사보다 민주당은 4%p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2%p 하락했다. 정권지원론보다 견제론이 4%p 높았고, 민주당의 공천과 관련해선 부정평가가 높은 가운데 긍·부정 차이가 2주 전 21%p에서 8%p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권 상승세가 멈춘 이번 결과에선 특히 이념상 보수층의 응답이 크게 줄어든 점이 인상적이다. 앞서 진행된 최근 3번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이념성향에서 보수층 응답이 진보층을 앞섰다.

그러나 이른바 용산리스크로 평가되는 여권발 악재가 이어지고, 물가 등 민생현안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보수층을 자처한 유권자의 응답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선 보수층 유권자 응답률이 진보층에 비해 4%p 정도 적었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의 정치적 입장표명이 위축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손절로 갈 가능성” “여권에 대한 경고” = 관건은 이런 흐름이 본격적인 선거운동 개시 이후 어떻게 변화하느냐다. 여론조사전문가들도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전면으로 부상하면서 촉발된 상황이란 점에선 공감하면서 지속성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갈렸다.

서복경 더가능성연구 대표는 “국민의힘 비대위와 용산 대통령실의 충돌, 민생에 대한 불만 등이 보수층의 적극성을 떨어뜨린 결과”라면서 “상대적으로 야권은 공천분란이 수습되고 조국혁신당이 뜨면서 정권심판론을 담을 새그릇이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서 대표는 “지역구 후보 경쟁으로 관심이 옮겨가면 결국 민생문제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정권이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대한 평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층의 침묵이 여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손절’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특히 “관망하던 20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에 대한 지지라기 보다는 여권에 대한 경고 수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 지지가 높은 보수층의 반응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여당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은 강력한 팬덤에 기반한 지지층과 권리당원 등의 조직된 힘이 받치고 있지만 보수층의 응집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면서도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불만 등이 세대별 투표성향까지 바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심판 강조’의 캠페인이 역효과를 불어올 수도 있다고 봤다. 엄 소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세월호 선거 캠페인이 왜 실패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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