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의료현장에 극심한 혼란 없을 듯

2024-03-25 13:00:12 게재

의대교수 사직서 수리 때까지 진료 … “환자 위해 의·정 진지한 대화해야”

의대교수들이 25일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의대교수들 사이에 대화가 시작된다. 의대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사직서 수리 때까지 진료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의료현장에서 극심한 혼란은 없을 듯하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길 환자단체는 호소하고 있다.

의대 교수마저 환자 곁 떠날까 정부의 의대 정원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소아환자 옆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부터 19개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25일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국민의힘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와의 건설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총리에게 의료계와 건설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하고 당과 협의해 전공의 행정처분을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관계부처가 협의해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조규홍 중대본 1차장은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또한 의료 공백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의 행정처분에 대한 유연한 처리방안을 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의대교수와 대화 추진은 근무지 이탈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시행과 의대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시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업무개시(복귀)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을 상대로 행정처분(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이달 초 가장 먼저 사전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의 경우 의견 제출 기한이 이달 25일까지인데, 26일부터 바로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계에 대표성 있는 창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대전협, 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명 증원’은 양보하지 못한다는 정부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온 입장 차이가 커서 양측이 대화를 진지하게 시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사들의 법정창구인 대한의사협회는 대표성 기능을 아직 못하고 있다. 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출을 위한 ‘결선투표’가 25~26일 양일간 진행된다. 결선투표는 임현택·주수호 후보 양자대결로 치러진다. 두 후보는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의대증원과 의료개혁 추진에 반대하는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새 의협 지도부 출범 후 강경기조를 거둬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혹 글을 올릴 뿐 사태의 주인공들인 전공의들은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의대교수들은 협상하자는 온건론과 집단행동의 수위를 높이자는 강경론이 부딛치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 등 대응 조직마저 나뉘어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에 “무대책의 대책 말고 실질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질타했다. 의사들에게는 “교수 1명이라도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것은 사형선고”라며 “제자에게처럼 환자에게도 애정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강대강 대치 속에 국민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며 “모든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 해법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대화 자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중대본은 25일 비상진료 인력 효율화를 위한 의료기관 외 의료행위의 한시적 허용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고 대체인력 충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의료 재난위기 ‘심각’ 기간 동안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토록 적용기준을 마련해 3월 20일 지자체에 안내했다.

지자체가 인정하면 수련병원 의사가 긴급한 경우 의료기관 밖에서 전자의무기록에 접속하여 처방할 수 있다. 개원의도 수련병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진료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병원 간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한다. 경증환자를 신속히 전원하기 위하여 19일 종합병원 이하 병원급 의료기관 100개소를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한 바 있다.

오늘부터 상급종합병원이 환자 전원시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진료협력병원들의 병상 종류, 진료과목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복지부는 암 진료 등 전문 분야에 대해 진료협력병원을 추가로 지정하고 협력체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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