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정책혼선에 물류업계만 피해

2024-03-27 13:00:02 게재

수입방식 변경후 다시 원점

물류업체 한곳은 폐업

피해 책임은 ‘나몰라라’

방위사업청이 군 수리부속품 수입방식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가 이를 백지화하는 등 정책 혼선을 보이면서 수입물류를 담당하는 국내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27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수리부속품을 수입공급하는 업체 A사는 지난해 방위사업청이 관세 납부의무가 있다며 통관을 막아 피해를 본 끝에 폐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는 방위사업청과 FCA방식으로 장비연료 계약을 맺고 캐나다 등으로부터 연료를 수입해 군에 공급해왔다. FCA는 수리부속품의 실질적 화주가 정부이고, 수입물류업체가 부속품을 수입할 때 관세를 내지 않고 들여와 군에 납품하는 무역 방식이다.

A사는 “계약서에 방위사업청이 수입자임을 명시했는데 계약 체결 후 방위사업청은 우리 회사가 납세의 의무가 있다며 업무를 방해했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A사는 “통관을 20회 이상 요청했지만 방위사업청이 이를 거부해 물품이 변질됐고 군에 납품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수리부속품 해외조달 절차에서 국내 수입·물류업체에 관세 면세혜택을 주던 FCA 방식에서 관세를 물리는 계약조건인 관세지급인도조건(DAP) 방식으로 변경했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부속품 수입물류업체와 별도의 논의없이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정부 위탁을 받은 업체가 수리부속품을 수입하는 경우 면세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물류업계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수입물류업체 10여곳은 부속품을 들여왔지만 통관을 하지 못한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군 수리부속품을 수입중개해 온 국내업체는 해외 부품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에 중개하는 전문물류업체이지만 규모가 작고 영세한 곳들이다. 이들 업체 10여곳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 중 한 업체는 폐업했다.

물류업체들은 수입과 운송, 내국세 통관 모두 화주가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책임이 방위사업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 복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물류업체는 지난해 수리부속품이 통관에 묶여 있는 동안 군 작전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A사는 “당시 수입한 장비 연료가 시급히 공급되지 않으면 군 작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위사업청은 수입조건 변경으로 논란이 커지자 이를 전면 백지화하고 원래 방식으로 수리부속품을 조달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정책 혼선으로 인한 피해는 물류업체가 떠안게 됐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수리부속파트에서 계약방식 변경을 추진하다 여러 문제로 재검토해 원래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수입물류업체의 피해는 통관 절차상 화주(부속품 소유자)를 우리 정부로 표기해야 하는데 일부 물류업체가 회사로 표기해 관세를 내야하는 경우로 피해구제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김성배·정재철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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