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13년만 흑자전환 ‘쿠팡의 길’ 밟는 중

2024-03-28 13:00:08 게재

<석달째 흑자>

업황둔화속 실적개선 닮은꼴

구조조정 대신 규모의 경제도

‘샛별배송’ 컬리가 ‘로켓배송’ 쿠팡을 닮아 가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업황 둔화에도 외형·내실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눈앞 구조조정 대신 멀리 보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점도 비슷하다. 컬리가 13년이란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쿠팡의 길’을 좇고 있다는 얘기다.

28일 유통가와 증권가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최초로 신선식품 새벽배송서비스를 선보인 컬리가 대규모 투자로 해마다 영업적자폭을 늘려왔지만 지난해 처음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컬리 매출은 2조77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 늘었고 영업적자는 1436억원으로 1년새 38.4%나 감소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고수익성 화장품 매출 비중 확대와 업계 경쟁 완화로 매출총이익률(GPM)이 개선됐고 물류센터 신규 개장에 따른 물류 효율화와 인건비 광고판촉비 포장비 등 비용절감에 따른 판매관리비율 하락도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유지하며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높였다.

컬리 측은 “월 EBITDA 흑자는 일시적 효과가 아닌 철저히 계획된 구조개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비우호적인 외부환경 속에서 신사업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창립 이래 집행했던 대규모 투자가 점차 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쿠팡의 경우 2022년 3분기 첫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지난해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2023년 국내 이커머스산업 연간 성장률이 둔화(8.7% )했지만 쿠팡 매출은 18.4% 증가했다. 활성고객수도 15.9% 증가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높였다.

경영전략 측면에서도 컬리와 쿠팡은 유사하다. 쿠팡 실적개선이 인위적인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이 아닌 규모의 경제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타인 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임)와 물류 투자 성과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컬리 역시 신사업투자 등 외형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에 주력하고 있다. 2022년 11월 선보인 뷰티 컬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조 연구위원은 “뷰티 컬리는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면서 “객단가를 높이고 반품 폐기 부담을 낮춰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최근엔 패션과 생활가전, 주얼리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창원과 5월 평택에 각각 물류센터를 새로 냈다.

컬리는 올해 물류 경쟁력 강화와 추가 투지 유치를 통해 신선식품 온라인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처럼 증시상장과 흑자전환 목표에 근접시키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다만 2021년 4조원에 육박했던 기업가치가 금리상승과 자본시장 흐름 악화, 적자지속으로 2022년 이후 하락 추세인 점은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5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 추가투자를 유치할 당시 기업가치는 2조 9000억원으로 평가 받았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영업손실 여파로 1조6000억대원로 주저 앉았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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