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한국의 친구 일본인’ 추모

2024-04-03 13:00:04 게재

망우역사문화공원 잠든

이사카와 다쿠미 93주기

서울 중랑구가 망우동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든 일본인을 함께 추모해 눈길을 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아사카와 다쿠미(1891~1931) 선생 9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고 해당 내용을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에 공유했다(사진 참조).

류 구청장은 “망우역사문화공원에는 유관순 한용운 방정환 등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많은 애국지사께서 잠들어 계신다”며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조명받아 마땅한 인물들도 많이 계신다”고 운을 뗐다.

망우역사문화공원 누리집은 일본 야마나시현 출신인 아사카와 선생을 ‘한국의 친구가 된 일본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산림녹화에 이바지한 그는 우리 공예품에 반해 민숙문화와 도예연구에도 큰 공을 세웠다. 류 구청장은 “소반과 백자 등이 헐값에 팔리는 것을 안타까워해 당신 월급으로 직접 사들일 정도였다”며 “한글을 배워 ‘조선의 소반’과 ‘조선도자명고’를 출간하고 조선민족미술관까지 건립했으니 그 진심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의 묘비에는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 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고 적혀 있다. 그는 1931년 4월 2일 식목일 기념행사를 준비하던 중 폐렴으로 사망했다. 2012년에는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 ‘백자의 사람’이 한일 양국에서 개봉됐다.

이날 추모식은 아사카와 노리타카·다쿠미 형제 현창회와 서울국제친선협회 등이 준비했다. 류 구청장은 “눈을 감은 1931년까지 한복을 입고 한국을 대변했다고 하니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참 쉽지 않았을 생애”라며 “100년 가까운 시간동안 선생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분들이 계신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사카와 선생 묘역은 공원 입구 중랑망우공간에서 인물벽을 따라 왼쪽 순환로로 진입한 뒤 사잇길을 따라 가면 찾을 수 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잘 가꿔 애국지사와 호국영령의 귀중한 이야기들을 알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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