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 유죄 확정

2024-04-03 13:00:01 게재

대법, 상고 기각 … 징역 1년3개월에 집유 2년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 ‘통행세’는 무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박 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박 사장과 함께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창규 전 상무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했다.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법인에 내려진 벌금 1억5000만원도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공정거래법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박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박 사장 등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박 사장이 최대 주주이면서 총수 일가 소유 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는 방법 등을 통해 총 43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 오던 중소기업으로 박 사장이 인수해 5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맥주용 공캔을 납품하던 삼광글라스로부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의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하고, 글라스락 캡(밀폐용기 뚜껑)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영이앤티가 자회사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도록 하이트진로가 우회 지원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서해인사이트 매각 지원을 제외한 3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박 사장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2심은 알루미늄 코일 거래 지원 혐의와 관련해선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낮췄다. 박 사장에 대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순차로 공모해 직접 서영이앤티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삼광글라스가 부당지원행위를 행하도록 교사한 것”이라며 “코일 거래 당시 시행 중이던 구 공정거래법상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었으므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이 자백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하이트진로의 경우 사후 과징금을 납부하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사회 공헌 활동을 한 점 등을 종합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하이트진로와 검찰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 기각해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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