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그린스완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려면

2024-04-04 13:00:02 게재

‘그린스완(Green Swan)’ 시대라는 말이 생겼다. 예상을 뛰어넘는 돌발적인 경제 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차용한 표현이다.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이 처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린스완, 기후변화가 초래할 사회 경제적 충격과 극단적 재난 위기 등을 일컫는다.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로 일상화된 재난과 그로 인한 초강력 경제 위기에 대응할 준비와 체제를 갖추고 있는가?

4월, 나무 심기 시즌이다.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15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산과 들이 무성한 숲으로 바뀌었다. 이제 우리 국토의 산림 비율은 63%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네번째로 높다. 세계 평균(31%)의 2배다. 현재 한국은 면적만 놓고 보면 확실한 산림국가다.

산림 비율은 OECD 4위지만 세계 4위 목재수입국

문제는 숲의 경제적 가치다. 현재 약 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결코 높은 것은 아니다. 육림사업 60년 동안 온 국민이 쏟은 열정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독일 등 산림선진국과 비교하면 그 두배는 되어야 한다. 낮은 이유는 산림선진국에 비해 효용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실속 없이 이름만 ‘산림국가’인 셈이다.

목재 자급률이 확인해 준다. 2021년 기준 15%에 불과하다. 산림선진국인 일본(41.8%) 독일(53%) 미국(71%) 뉴질랜드(100%)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은 그 많은 나무와 숲을 가지고 있음에도 매년 7조원 규모의 목재를 수입한다. 세계 4위다. 85%를 수입에 의존한다. 산림 국가로서는 부끄러워해야 할 수치다. 물론 숲의 가치를 경제성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른 부가가치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숲은 인류의 ‘생존공간’으로서 산소를 만들고 탄소를 흡수한다. ‘기후재난 시대’, 중요한 산림의 가치다. 하지만 그 부가가치를 제대로 살리려면 숲의 탄소흡수력이 왕성해야 한다. 나무는 평균 25살이 넘으면 탄소흡수량이 떨어진다. 소나무의 경우, 30살 나무일 때는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ha(헥타르)당 12.1톤이다. 60살이 되면 1/7 수준(1.8톤)으로 감소한다.

한국의 산림은 고령화되었다. ‘어린 나무(1~30년생)’ 비율이 18%에 불과하다. 77%가 30년생 이상이다. 탄소흡수력이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산림선진국은 노령화된 나무는 베어내 목재로 활용한다.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 ‘산림의 선순환’ 생태를 만들어 준다. 어린 나무, 청년 나무, 중년 나무, 장년 나무, 노령 나무를 균형 있게 분포시키는 것이다.

청장년 나무는 깊은 뿌리와 굵은 몸통으로 많은 수분을 흡수 저장한다. 산사태 등 재난을 막는 큰 역할을 한다. 노령 나무는 숲의 역사와 문화 레저 및 관광의 소중한 자원으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숲은 경제림으로서 산업자원을 넘어 이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산림선진국은 나무와 숲의 가치를 활용해 산업 관광 레저 휴양 치유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한다. 우리는 녹화에만 주력한 나머지 숲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산림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그 결과 숲이 가진 다양한 효용성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산림국가로서의 미래가치 현실화하려면 정책 대전환 필요

산림정책의 방향은 자원의 가치와 효용성을 높이는 데 두어야 한다. 산림청은 산림의 가치를 현재 161조원에서 2030년까지 206조원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육림육인(育林育人)’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목표와 철학이 명료하다. 육림육인 정책의 지향점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자연과의 공존과 조화를 추구한다. 경영 보존 휴양이 균형 잡힌 목표다. 관건은 조직 역량이다.

한국이 ‘산림국가’로서 미래가치는 무한하다. 그것을 현실화하려면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양과 질의 균형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변화다. 산림청의 의지만으론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산림의 보존과 이용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할 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국토의 63%를 감당할 수 있도록 ‘산림자원부’로 개편이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서다. ‘그린스완’ 시대, 기후재난을 대비할 최소한의 대응책이다.

김명전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