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응시생 패소 → 2심 응시생 승소

2024-04-04 13:00:10 게재

대법, 원고 승소 “침해 최소 원칙 위배”

종교적인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면접 일정 변경을 요구했다가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자 면접을 거부해 불합격한 수험생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수험생이 제기한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4일 오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재림교) 교인 A씨가 전남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불합격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다만 이 사건 거부행위에 대해 소의 이익이 없어 각하해야 하는데, 원심은 본안판단까지 나갔기 때문에 이를 파기하고 대법원이 항소 기각했다.

A씨는 2019년 7월 14일 2020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 응시한 뒤 전남대 로스쿨에 지원해 1단계 평가에 합격했다. 전남대는 A씨에게 면접일정을 토요일 오전으로 통보했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종교적 안식일로 정하고 있으며, 안식일에 교인들이 직장·사업·학교 활동, 공공 업무 및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A씨는 전남대에 면접일정을 토요일 일몰 후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면접에 응시하지 않은 A씨는 최종 불합격됐다.

A씨는 전남대 총장을 상대로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 및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 여부 △재림교 신자인 원고의 면접일시를 안식일로 지정하여 결과적으로 원고로 하여금 종교적 이유로 면접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한 뒤 이를 이유로 원고를 불합격시킨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이다.

1심은 “원고 A씨에게는 면접고사 일정에 대한 변경을 요청할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 취소청구를 각하하고, 불합격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에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1심판결을 취소하고 전남대가 A씨에 대해 내린 입학전형 이의신청 거부처분과 불합격처분을 각각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종교적 양심이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해도 국가나 사회, 타인에 대해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가 종교적 양심을 포기하지 못해 면접에 응시하지 않았고 최종 불합격이란 심대한 불이익을 받았는데 이는 학교측의 (이의신청) 거부행위로 인해 발생한 결과이므로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총장인 피고는 원고가 양심에 따르면서 면접에 응시할 수 있고 학생 선발 절차의 형평성·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격리 후 면접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의 이의신청을 거부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해 불합격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입시 과정에서 재림교 신자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공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다소 제한한다고 해도, 그 제한의 정도가 재림교 신자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인정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의무와 책무를 부담하는 국립대 총장은 재림교 신자들의 신청에 따라 그들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입학전형이의신청거부처분 취소청구 부분에 대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해, 이 부분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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