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가꾸기, 산불예방 효과 분석

솎아베기 하면 산불피해 절반 줄인다

2024-04-04 13:00:23 게재

수분 유효도 높아져 산불 위험성 저감

산림 내 탈 수 있는 연료량도 53% 감소

숲을 가꾸는 것만으로 산불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숲 가꾸기(솎아베기) 사업을 확대해 산불예방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4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나무 숲을 가꾼 경우 산불로 인한 나무의 피해를 절반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꾼 숲에서 나온 낙엽 가지 등의 양은 ㏊ 당 12.6톤으로 가꾸지 않은 숲은 21.6톤보다 1.6배 적었다.

숲가꾸기는 숲 속 나무를 솎아베기하는 것으로 밀도가 빡빡한 숲을 재조성하는 작업이다. 현실 숲과 똑같은 상태로 구성한 가상 공간에서 산불확산실험을 시행한 결과 솎아베기를 한 숲에서는 나무 30%가 수관화피해를 봤지만, 그렇지 않은 숲에서는 60%의 나무가 수관화(나무의 잎과 가지를 태우는 불)로 산불피해가 더 컸다.

숲가꾸기 전
숲가꾸기 후

국립산림과학원은 영동지역에서 대형산불 저감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솎아베기를 한 경우 임분밀도(비슷한 연령의 수종이 모여있는 숲의 양적 척도)가 줄어들면서 나무끼리 경쟁이 완화됐고 빛과 양분, 수분 유효도가 높아진 점을 발견했다. 또 고강도 간벌작업 이후에 우세한 산림 증가량을 보여 산불 발생 위험성이 줄어드는 산림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솎아베기 강도별 상층부 수관 연료의 특성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솎아베기로 산림 내 탈 수 있는 연료량이 최대 53%가량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수관 연료 밀도가 낮다는 것은 가연물질로 작용하는 연료가 분산돼 열을 내기 어려운 조건을 의미한다. 즉 고강도 솎아베기 임분일수록 복사열과 전도율이 상대적으로 느려 산불 발생 위험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생태적 안정을 찾은 솎아베기 2년 경과 이후 강도 40% 처리에서 관목층 연료량은 1.9㎏/㎡로 1년차 대비 약 3.4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는 숲가꾸기로 산림 내에 햇빛을 많이 투과시켜 활엽과 관목의 생장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개발한 산불 행동 시뮬레이터(K-WFDS)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숲가꾸기 강도에 따른 산불 행동 모의실험을 한 결과 숲가꾸기를 하지 않은 곳에서는 120본 중 73본이 피해를 봤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숲가꾸기를 하면 나무와 나무사이 간격이 넓어져서 산불이 나뭇잎과 가지로 확산되지 않는다”며 “솎아베기는 지표화로 유도할 수 있고 탈 물질을 제거해 수관화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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