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용 ‘테더코인’ 노린 절도 또 발생

2024-04-05 13:00:50 게재

코인거래 빙자 5억5천만원 절도 … "음성 자금, 신고 꺼린 점 악용"

경찰이 서울 강남에서 ‘테더코인’을 저렴한 가격에 팔겠다고 피해자를 유인한 뒤 거액을 빼앗아 달아났던 일당을 또 붙잡았다. 한 달 사이 유사 사건이 3건 발생했는데 모두 자금세탁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4일 가상화폐 테더를 싸게 팔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한 다음 현금 5억5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던 30대 3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일 오후 1시 5분쯤 평소 알고 지내던 A씨를 강남으로 유인한 뒤 현금을 받자마자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일 1명을 체포하고 나머지 2명은 4일 검거했다.

강남서는 지난달 21일과 13일에도 테더 거래를 미끼로 피해자로부터 1억원과 1억34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던 일당 10명과 5명을 각각 체포한 바 있다.

경찰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세 사건 모두 테더를 자금세탁에 이용하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 인천에서 있었던 10억원 테더 거래 빙자 현금 탈취 사건도 자금을 세탁하려던 사람의 돈을 중간에 빼앗았던 것"이라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기 어렵다는 것을 노린 범행"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번 사건이 자금세탁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사건이 테더와 관련 되어 있는 것은 테더가 가상화폐로 익명성과 송금 편리성이 있는 데다 달러와 1대1로 연동돼 일정하게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리딩방이나 투자 사기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하기 위해 코인 장외 거래가 빈번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검찰은 "가상자산 장외거래 시장이 불법 자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당국의 감독도 어렵고, 거래규모 파악도 힘들다"고 밝혔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가상자산 의심거래는 2022년 1만797건에서 지난해 1만6076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고액의 현금을 테더로 바꾸려는 사람들은 자금 출처가 범죄수익인 경우가 많다"며 "피해를 봐도 신고가 어렵다는 점을 노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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