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주요 주택정비사업장이 공사비 인상으로 갈등을 겪는 가운데 3기 신도시에서도 공사비 문제가 불거졌다. 공사비 인상으로 사전청약 때 예측한 분양가가 최종 청약단계에서는 일부 상승할 수 있어 분양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인천 계양지구 공공분양 아파트 사업비가 30% 가량 늘어나면서 사전청약 때보다 최종 분양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A2블록 공동주택 건설사업지는 2022년 1월 사업계획승인 때보다 공사비가 25.7% 올라 3364억원으로 변경됐다. 바로 옆 A3 블록의 총사업비도 1754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580억원(33.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입주 예정일이 2026년 6월에서 2026년 12월로 밀렸다.

이 단지는 2021년 8월 사전청약을 진행해 가장 높은 경쟁률(381대 1)을 보였다. A2 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 747가구, A3 블록(신혼희망타운)은 공공분양주택(359가구)과 행복주택(179가구) 등 548가구가 들어선다. 당시 추정 분양가는 A2블록의 경우 전용면적 59㎡가 3억5600만원, 74㎡는 4억3700만원, 84㎡가 4억9400만원이었다.

9월 본청약 때는 확정분양가가 일정부분 오를 전망이다. 이 단지는 공공사업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급격히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형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분 정도가 반영된다. 하지만 내집마련을 희망했던 신혼부부들이 사전청약때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자금계획을 세워야 할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기본형 건축비 안에서 분양가를 정하기 때문에 소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사비 인상분만큼은 사실상 LH 손실로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인상 갈등은 공공사업장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 현장은 공사비 인상에 따라 공사가 한때 중단된 후 지난해 10월 공사가 재개됐지만 최근 공사비 갈등으로 3월에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공공분야 공사비 인상은 민간주택시장 분양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주택 재개발·재건축사업장에서는 조합원 분담금 증액과 일반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단지로 꼽히는 은평구 대조1구역은 조합 내분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1800억원 규모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3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밖에도 서대문구 홍제3구역, 송파구 잠실진주, 강남구 반포1·2·4주구, 노원구 월계동신 등 서울 도심 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공사비 인상의 경우 조합원이 일반분양 인상요인까지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만큼 급격하게 공사비가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계약요건에 없는 공사비 인상 요청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도시 사전청약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청약제도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