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부동산 신탁보수 3년 만에 감소

2024-04-11 13:00:02 게재

관리형 토지신탁 보수 감소 영향

부동산신탁사 건전성 악화 우려

4분기 영업적자, 부채비율 상승

부동산 파이낸셜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금융업권의 부동산신탁 보수가 3년 만에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의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부동산PF 사업장 부실이 부동산신탁사의 토지신탁 관련 재무위험으로 전이되고 있다.

신탁 보수 감소와 함께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한 신탁 사업장의 시공사 부도위험 증가로 우발부채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신탁업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업권의 부동산신탁 보수는 1조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28억원(5.8%) 감소했다. 이는 관리형 토지신탁 보수가 796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부동산신탁 보수는 2020년 83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9억원 감소한 이후 2021년 9398억원(12.4%), 2022년 1조772억원(14.6%)으로 매년 10% 이상의 상승을 기록하다가 3년 만에 줄었다.

신탁보수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관리형 토지신탁이다. 관리형 토지신탁 중에서도 일반형이 아닌 책임준공확약형 관리신탁 보수 감소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준공확약형 관리신탁은 시공사 부도 등의 사유로 기한 내에 건축물 준공을 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보수가 높은 만큼 리스크가 크다.

토지신탁은 자금조달능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토지 소유주가 부동산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토지 개발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신탁회사가 개발 전반을 관리하기 때문에 분양사기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개발사업에 직접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차입형 신탁과 관리만 맡는 관리형 신탁으로 나뉜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신탁사의 신규 수주가 줄어들고, 책임준공의무에 따른 우발부채 현실화, 차입형 토지신탁의 신탁계정대 증가 등은 부동산신탁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신탁계정대 항목은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신탁사가 자기자본을 통해 직접 자금을 대여한 금액을 말한다. 신탁계정대 증가는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에 투입된 자금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14개 부동산신탁사들의 신탁계정대 규모는 지난해말 4조8551억원으로 전년말(2조5831억원) 대비 87.96% 증가했다.

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는 지난해말 402조1000억원으로 전년(392조원) 대비 2.6% 증가했다. 하지만 수탁보수는 지난해말 9808억원으로 전년(1조473억원) 대비 6.3% 감소했다. 금감원은 “일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상대적으로 신탁보수율이 높고 사업성이 비교적 우량한 차입형 토지신탁의 신규수주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들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규 수주 감소로 신탁수수료 수익은 2022년 2분기를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신탁계정대 발생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안 사업장에 대한 대손부담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교보·신한·우리·KB가 4분기 적자를 기록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교보와 KB에서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신탁사의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상승했다. 지난해말 기준 부동산신탁사 평균 부채비율은 52%로 전년말(35%) 대비 17%p 증가했다. KB가 200%를 넘기면서 전년대비 172%p 상승했다. 대한토지신탁 부채비율은 96%로 54%p 늘었으며, 한국토지신탁은 84%로 16%p 상승했다.

한편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는 지난해 25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270조4000억원) 17조6000억원(6.5%)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신탁 환매가 중단 또는 지연되고 최근 은행 예금금리 인하로 정기예금 신탁 신규수탁이 감소한데 기인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금융기관이 고객에게서 자금을 받아 주식이나 예적금·채권·단기금융상품 등 고객이 지정한 대상과 운용 방법에 따라 운용한 뒤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이다.

금감원은 “겸영·전업 신탁사의 잠재 리스크요인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신탁사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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