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정책 국회통과 난항 예상

2024-04-12 13:00:00 게재

재건축 패스트트랙 등

원점 재검토 불가피

정부가 추진해온 세제완화를 비롯한 부동산 정책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결과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압승을 거두면서다. 정부합동 경제정책방향 또는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조치들이 ‘총선 이후 입법’을 전제로 발표된 것을 고려하면 상당부분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윤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전면 폐기를 발표했다. 당초 로드맵은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상향조정해 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부담을 이유로 총선 이후인 11월까지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공시법, 지방세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 국회 절차를 남겨놓고 있어 야당이 반대하는 한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정부가 도입한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일괄 폐지 방침도 제동이 걸릴 처지다. 주태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다가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폐지 명분마저 약해졌다.

주택법을 개정해야 하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도 1년 가까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자 지난해 1월 3일 전매제한 완화와 법 개정을 패키지로 묶어 발표했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전매제한만 완화됐을 뿐이다. 다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이번 총선을 50일 앞두고 3년 유예하는 데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장의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정책’이다. 앞서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연한 30년을 채운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건축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추진을 밝혔다. 이를 통해 최대 6년까지 재건축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재개발 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노후도 요건 완화 역시 도시정비법 개정이 선결조건이다.

이외에도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폐지’ ‘주택 등록임대사업 복원’ 관련 규제 완화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023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아파트(전용 85㎡ 이하)의 10년 장기 임대 등록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1·10 대책에서 발표한 6년 단기 등록임대 부활 및 20년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을 위해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5월로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아 보여 결국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추가 완화 또는 폐지를 위한 법안과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을 국회 통과가 필요한 우선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초과이익 환수에 대한 여야 의견대립이 첨예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소야대 정치 환경이 이어지고 정부 부동산 정책이 힘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 흐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추진한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는 법 개정 없이도 상당 부분 이뤄졌고 조정대상지역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등 4개밖에 남지 않았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낮춰 보유세 부담을 줄였고 보유세 과세의 기준인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서다. 게다가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각종 부동산·교통 정책이 나왔지만 집값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 교수는 “정책 변화에 상관없이 매수심리 약세 흐름은 총선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오히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고금리 충격이 시장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선철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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