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백나무 숲속에 무장애 산책로까지

2024-04-12 13:00:38 게재

은평구 봉산 ‘치유의숲’ 자리매김

주민과 함께 특화정원 더할 계획

“잘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해서 이사 오라고 했어요. 자기네는 멀리까지 가야한대요.”

김미경 구청장이 공무원과 함께 편백나무 숲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서울 은평구 신사동과 구산동에 걸친 해발 209m 봉산. 여유롭게 산자락을 걷던 주민들이 김미경 구청장이 건넨 인사에 반갑게 답을 한다. “편백나무 잘 즐기고 계시냐”고 질문을 하자 “우리 동네 자랑거리”라고 입을 모은다. 김 구청장은 “맨발걷기를 하시는 주민들도 많아 정상부와 초입부에 세족대를 설치했다”며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나들이를 오거나 가족단위로 찾는 방문객도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12일 은평구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편백나무를 심어온 봉산이 서울을 대표하는 ‘치유의 숲’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편백나무로 숲을 조성하고 그 사이로 무장애 길을 더해 멀리까지 입소문이 났다.

제주도를 비롯해 주로 남부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편백나무에 주목한 건 김미경 구청장이 서울시의원이던 2014년이다. 암 환자 보호자인 주민이 뒷산에 편백을 심어 가꾸자고 제안했고 시의회에서 예산을 확보했다. 은평구와 함께 여러 자치구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시도를 했는데 편백나무는 유독 봉산에만 잘 안착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다른 나무에 비해 물을 더 필요로 하는데 특히 뿌리를 내리기 전인 어린나무는 더 그렇다”며 “산 정상부까지 물을 나르며 세심하게 돌봤다”고 설명했다.

2018년까지 5.6㏊에 1만2400그루를 심었는데 그 중 98%가 봉산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성인 무릎 높이밖에 안되던 어린나무는 현재 건장한 청년 키를 두배는 넘길 정도로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사목이 다량 발생한 곳에 편백나무 1048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숲과 어우러지는 산철쭉 진달래 등 키 작은 나무에 더해 편백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암반지대는 꽃잔디로 교체를 했다. 누리마루쉼터 편백정 등 쉬어갈 공간을 마련하고 2022년에는 1.35㎞에 달하는 무장애 산책로를 마무리했다. 은평목공소에서는 태풍 피해목 등을 활용해 산책로 곳곳에 의자를 놓고 사슴이며 멧돼지 같은 볼거리를 더했다.

‘국내에서 유일한 편백나무숲 무장애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건 물론 서울시민과 멀리 지방에서까지 봉산을 찾는다. 김미경 구청장은 “봉산자락 산새마을 주민들에게는 아토피가 없다”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 마음 쉴 곳을 찾는 청년들이 재활에 좋다고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이면 치유의 숲은 또한차례 탈바꿈한다. 구는 오는 18일부터 30일까지를 ‘정원도시 은평, 정원 조성주간’으로 선포하고 주민들과 함께 세대별 특화정원을 꾸민다. 모두 5곳을 새단장할 계획인데 봉산 무장애길은 진관동 앵봉산 가족캠핑장과 함께 중장년을 위한 ‘힐링정원’으로 단장하기로 했다. 전문가가 연령별 이야기가 담긴 특화정원을 설계하고 기반을 다진 뒤 주민들이 조성에 동참하는 방식이다.

구는 마을정원사 교육을 마친 주민을 자원봉사자로 위촉해 정원을 관리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편백숲과 무장애길이 어우러진 봉산은 사계절 내내 찾아도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며 “은평구의 풍부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치유받을 수 있는 치유도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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