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MS 메타 네이버 등 독자 생태계 구축 나서 … 쿠다 대체 소프트웨어플랫폼 개발도

2024-04-15 13:00:05 게재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을 잡기 위해 거대정보기술기업(빅테크)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AI반도체와 관련 소프트웨어(SW)를 모두 장악한 ‘엔비디아 독점'을 벗어나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 구글 퀄컴 등은 'UXL 재단'을 설립해 엔비디아 SW 플랫폼 ‘쿠다’(CUDA)에 대항하는 오픈소스 SW 구축을 진행 중이다. 또 인텔 메타 MS 등은 엔비디아 AI 반도체에 대항하는 반도체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엔비디아가 AI 모델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필수인 AI 칩(GPU)뿐만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SW)를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관계자는 “현재 AI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쿠다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AI 기업들의 엔비디아 의존도는 절대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텔과 네이버는 지난 9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이동수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담당이사,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AI 이노베이션센터장, 팻 겔싱어 인텔 CEO, 저스틴호타드 인텔 수석부사장. 사진 인텔 제공

◆AI 칩 독립 움직임 =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학습에 사용되는 GPU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 열풍에 힘입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AI 학습에 가장 많이 쓰이는 엔비디아 GPU ‘H100’가격은 4만달러(약 53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돈이 있더라도 바로 살 수 없다. 주문 후 11개월 넘게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칩의 비싼 가격과 제한된 물량에 한계를 느끼면서 자체 개발과 대안을 모색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인텔이다.

인텔은 9일(현지시각)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가우디3’를 공개했다.

인텔의 AI 가속기는 엔비디아 GPU 대항마다. 인텔에 따르면 가우디3는 모델 추론 영역에서 엔비디아 H100 대비 학습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고 추론 처리량도 50% 빠르다. 전력 효율도 40% 향상됐다.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엔비디아 경쟁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샘 올트먼이 이끄는 오픈AI는 최대 7조달러(약 9400조원) 투자를 유치해 자체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사를 찾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1000억달러(약 134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이자나기(Izanagi)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자나기는 일본에서 ‘창조와 생명의 신’을 의미한다. 소프트뱅크는 자사가 지분 9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기술력을 이용해 엔비디아 GPU를 능가하는 AI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메타도 엔비디아 GPU 독점 탈피 움직임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메타는 10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더 강력해진 차세대 맞춤형 AI 칩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메타 훈련 및 추론 가속기(MTIA)라는 이름의 이 AI 칩은 지난해 5월 처음 선보인 모델의 2세대 버전이다.

이 외에 AMD는 2023년 12월 엔비디아의 H100에 버금가는 강력한 AI 칩 ‘MI300X’를 출시했고 아마존과 구글 등은 자체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제작하고 있다.

◆공개 SW 개발로 ‘쿠다’ 탈피 = 엔비디아의 AI 경쟁력 가운데 핵심인 GPU 제어 SW 쿠다에 대항하는 SW 개발도 활발하다.

쿠다는 AI 관련 앱 개발을 지원하는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엔비디아를 AI 칩 제조와 함께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만든 또 하나의 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전 세계 400만명의 개발자가 AI 앱 개발을 위해 이 플랫폼을 사용한다.

인텔과 퀄컴 구글은 지난해 9월 UXL 재단을 설립했다. UXL 재단은 쿠다 플랫폼에 대항해 다양한 AI 가속기 칩을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도구 제품군 구축이 목표다.

UXL 기술운영위원회는 올해 상반기까지 기술 사양을 확정하고 올해 말에는 기술적 세부 사항을 ‘성숙한’ 상태로 개선할 계획이다.

UXL 재단은 향후 해당 소프트웨어가 모든 칩이나 하드웨어에 배포될 수 있도록 칩 제조사 뿐 아니라 MS나 아마존 등의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의 동참을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인텔은 지난 9일 행사에서 네이버와 AI칩 소프트웨어(SW)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텔과 네이버는 AI 가속기 가우디와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성 AI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운영 등 AI 플랫폼 생태계를 공동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