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이 들려주는 전공 메타버스 | 인문과 자연의 융복합 지리학과

2024-04-17 18:49:17 게재

기후·도시·GIS 전문가 되어볼까?

인구 감소,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 전쟁 등은 독립된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세계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지리학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지리학은 자연환경과 인간 활동 간의 상호 작용을 분석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지리학과에서는 자연 및 사회 현상을 어떻게 탐구하고 분석하는지 그리고 지리학과의 교육과정과 전망, 졸업 후 진로를 살펴봤다.

도움말 최재헌 교수(건국대학교 지리학과)·황철수 교수(경희대학교 지리학과)

인문+자연 현상 다루는 융복합 학문

우리는 ‘지리’를 통해 세상을 탐구한다. 지리학은 우리의 생활 공간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연구한다. 지질학이나 지구과학이 공간과 지역을 다루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지리학은 인간과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춘다.

건국대 지리학과 최재헌 교수는 “지리학은 정치·경제·문화·사회 현상뿐만 아니라 자연환경, 자연재해, 생태계 등 다양한 주제를 해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인문 현상과 자연 현상을 통합해 글로벌 시대의 환경과 지역 간 갈등, 지역 발전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라고 설명한다.

지리학은 크게 인문지리학, 자연지리학, 지리정보 과학으로 나뉜다. 인문지리학은 문화, 경제, 정치 등 인문·사회적 현상을 지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도시지리학과 경제지리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표면의 자연 현상을 지역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자연지리학은 자연환경이 가져온 지역의 차이와 주민들의 삶 등을 연구한다. 지형학, 생물지리학, 기후학, 토양지리학, 수문학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리학의 계량적 연구 방법인 지리정보 과학은 인문지리학과 자연지리학의 광범위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학, 공간 데이터사이언스, 공간 통계, 공간 최적화, 공간 분석, 원격 탐사 등이 포함된다.

대학별 특화 교육과정 ‘눈길’

지리학과는 국내 총 7개 대학에 개설돼 있다(표). 1956년 건국대 정치대학 야간부에 지력과로 처음 개설됐고, 이후 서울대와 경희대에서도 지리학과가 창설됐다. 지리학과는 통합적인 종합과학의 특성이 있으며, 대학별로 소속이 다르고 진로 분야별 세부 과목에 차이가 있다.

지리

건국대 지리학과는 문과대학 소속이지만,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인문지리학, 자연지리학, 지역지리학, 지리학 방법론의 4가지 세부 분야로 구성돼 있다.

최 교수는 “지리 답사 과목을 학점 과목으로 운영해 학생들이 통합적인 사고를 발휘하도록 하며, 지도학, 지리정보시스템(GIS), 원격 탐사 등도 심도 있게 다룬다. 또한 학생들이 취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시·지역 계획, 기후변화, 수문 환경·보전에 필요한 분석 기법을 교육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성신여대 지리학과는 사회과학대학 소속으로, 국토·환경 트랙, 지역분석 트랙, 공간정보 트랙 등 세 가지 진로 분야별 트랙을 제공한다. 이 중 공간정보 트랙은 경제지리학, GIS개론, 공간정보학 등의 실무와 관련된 기술을 학습하는 트랙으로 졸업 후 정부 기관과 엔지니어링 관련 기관, 연구소, 공사 등으로 진출할 수 있다.

경희대는 이과대학 소속이지만, 인문 및 자연 계열 성향의 학생을 동등한 비율로 선발한다. 경희대 지리학과 황철수 교수는 “1학년 강좌에서 계열별 성취율 차이를 줄이기 위한 교육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인문 계열 성향의 학생이 적응하기 쉬운 강좌가 있는 반면, 자연 계열 성향의 학생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강좌도 있다. 4년 교육과정 전체를 볼 때 우려할 필요는 없다”라고 설명한다. 4학기에 걸친 ‘일반교육 과정’과 이후 3학기 동안의 ‘전문교육 과정’, 마지막 1학기의 ‘산학협력 실무중심 및 참여형 교육과정’ 등을 통한 도시문제 해결 전문가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리학과는 타 전공과의 접점이 많다. GIS를 연구하는 ‘공간정보공학과’, 기후학을 다루는 ‘대기과학과’, 도시의 생성, 문화를 연구하는 ‘도시공학과’, 도시·사회학을 배우는 ‘사회학과’ 등 다양한 학과와 연계돼 있다.

‘디지털 공간 정보’ 수요 기대

지리학과는 진로가 가장 광범위한 전공 분야 중 하나다. 졸업생들은 국토연구원, 국토지리정보원, 지방자치단체, 서울연구원, 기타 지방연구원, 기상청, 기상연구원, 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다양한 기관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 인구 및 교통 영향 평가, 주택 및 산업단지 계획 분야로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지리정보시스템 전문가로서 IT 산업 분야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한국직업전망’ 2023년 자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지리정보시스템 전문가의 일자리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포털사이트 및 스마트폰에서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의 다양화로 인해 디지털화된 공간 정보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답사는 지리학의 융복합적 사고 만들어”

박판기

박판기

건국대 일반대학원 지리학과 박사 과정(도시환경연구실) 서울연구원 위촉연구원 근무 건국대 지리학과 학·석사 졸업

Q.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저는 도시를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도시지리학이라는 학문인데요.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론을 연구합니다. 도시계획가가 설계 위주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저는 도시의 근본적 시스템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회·철학적 배경을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를 경험한 도시, 분단의 역사를 가진 도시, 도시 설계 과정에서 권력이 개입된 도시 등 도시의 여러 역사·철학적 맥락은 도시의 형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요. 도시지리학은 도시에서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구조를 파악합니다. 이로 볼 때 도시지리학은 인문학적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GIS, 통계 등 다양한 계량 분석 방법론을 사용하기에 융복합적인 학문이기도 합니다.

Q. 현재 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다면?

모든 학문과 마찬가지로 지리학도 깊이 탐구할수록 점점 더 복잡해집니다.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복잡한 세계에서 일관된 법칙을 찾아내고 이론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또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 데이터의 정확성 또한 불확실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Q. 지금 하는 일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보다도 융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리학은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 공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다루는 포괄적인 학문입니다. 때문에 인문학적 지식과 자연과학적 지식 모두가 필요합니다. 공간을 관찰하면서 복합적인 관점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데는 현장 답사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답사를 통해 직접 경험하고 관찰하면서 지리학적 지식을 실제 세계에 적용하고,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리학은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계속해서 중요한 학문이지만, 그 중요성이 종종 간과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지리학의 가치는 결국 우리 지리학도들이 세상에 그 역량을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후배 여러분이 지리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이 학문을 열정적으로 품기를 바랍니다.


“기후 관련 다양한 교과목에 흥미”

김준서

김준서

건국대 지리학과 2학년

Q. 지리학과에 지원한 이유는?

지역의 다양성에 대한 궁금증에서 비롯됐어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며 제가 사는 곳과 다른 여행지들의 차이점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지형이나 기후의 차이가 호기심을 자극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지형과 기후의 차이가 문화나 종교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러한 호기심과 관심이 점차 커져 지리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Q. 가장 흥미 있는 전공 분야나 과목은?

기후 분야를 좋아합니다. 건국대 지리학과는 기후 관련 수업이 다양하게 개설돼 있어요. 1학년 지정 교양 수업으로 ‘자연지리학 및 실습’, 전공 선택 수업으로 ‘기후학 및 실습’ ‘세계 기후와 문화’ 등을 배웁니다.

전공 과목 중 ‘실습’과 ‘답사’ 중심의 수업도 흥미로워요. 실습은 구글 어스나 기상청 기후 통계 자료 등을 활용한 심도 있는 학습이 진행돼요. ‘답사’ 과목은 한반도를 동해안, 남해안, 서해안, 중부 내륙, 울릉도, 제주도 등으로 나눠서 수업해요. 지리학과는 학교마다 특화된 분야가 있는데, 건국대에는 제가 관심 있는 정치지리학 수업이 없어서 다른 대학의 수업을 듣는 학점 교류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에요.

Q. 졸업 후 주로 어떤 분야로 진출하나?

지리학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합니다. 공간, 환경 등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요. 기상청, 감정평가사, 부동산 분야 등은 물론 국토지리정보원,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등 공기업으로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교직 이수를 통해 교육계로 진출하거나 통계학, 공학 등을 복수 전공하여 진로를 정할 수도 있죠. 지리학은 융합성이 큰 과목이기에 다른 분야와 연관성이 깊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요.

Q. 지리학과 진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지리학에 대한 꾸준함과 관심을 보여주면 좋습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 지리학 중에서도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후에 관심이 있다면 기후 분야 필독서나 기후 분야에 대한 보고서 등을 작성하는 활동을 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학교에서 답사 등의 기회가 있다면 참여해보세요. 지리학과에 진학하면 답사는 필수이기에 답사를 미리 경험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취재 김기선 리포터 quokka@naeil.com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한국고용정보원 홈페이지·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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