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도서관에서 아나운서 꿈 키운다

2024-04-22 13:00:02 게재

LG유플러스, 직원 정성모아 점자책·IT기기 기부 … “시각장애인용 교재 태부족”

[장애인의 날 맞아 광주세광학교 가보니]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자그마한 동산에 자리한 광주세광학교 유플러스(U+)희망도서관은 시끌벅적 했다. 세광학교 도서관은 책을 읽거나 자습뿐 아니라 수업과 모임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저시력자들을 위한 스마트교탁과 빔프로젝터 등이 갖춰져 있어서다. 스마트교탁은 터치스크린을 갖춘 교탁으로 손가락을 활용해 화면을 자유자재로 확대할 수 있다.

19일 오후 광주세광학교 방송부 학생들이 LG유플러스가 기부한 IT기기를 할용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LG유플러스 제공

이날은 교내 동아리 가운데 하나인 방송부 학생들이 지도교사와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1학기 동안 한 팀이 된 해와 비입니다. 저는 아침이 되면 세광학교를 밝게 비춰주고 싶은 이선미입니다. 저는 세광 학우분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줄 김다원입니다”

우선 아나운서를 맡은 김다원(고1) 이선미(고2) 학생이 지난주 방송대본을 읽었고 다른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의견을 냈다. 10여명 학생들은 20여분 남짓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모습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세광학교에 따르면 방송부는 매주 1회 10여분 정도 분량을 준비해 방송을 한다. 방송부는 교내 다양한 동아리 활동 가운데 학생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다. 대본을 준비해 읽는 아나운서와 음악을 준비해 트는 엔지니어 역할을 골고루 나눠 맡는다.

세광학교 방송부는 지상파방송국 앵커도 배출했다. KBS 시각장애인 아나운서인 허우령씨다.

세광학교는 전국에 산재한 12개 시각장애인학교 가운데 하나다. 유치 초등 중등 고등 전공과 과정 등에 106명 학생이 다닌다. 106명 가운데 42명은 시력이 전혀 없고 나머지는 저시력자다. 시력외에 발달장애 등을 함께 가진 중복장애인도 40여명에 달한다. 교사 50명 가운데 7명도 시각장애인이다.

임홍근 교감도 시각장애를 갖고 있다. 임 교감은 고등학교 때 녹내장으로 인해 수술을 받은 뒤 해광학교로 전학을 왔다. 이후 대학을 마치고 세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임 교감은 “세광학교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밝고 따듯한 마음으로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유명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학생과 교사 모두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업에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들이 학습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교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필요한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있는 교재에 맞춰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지난 2017년부터 임직원의 애장품 경매로 거둔 수익금으로 전국 시각장애인학교 8곳에 정보통신(ICT) 기기를 지원해 시각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U+희망도서관’을 건립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광주세광학교에 ‘한글 점자의 날‘을 맞아 점자 동화책 120권과 △저시력 학생들을 위한 필요 물품이 내재된 스마트 교탁 △저시력 학생들이 큰 화면을 이용해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노트북 등 ICT 기기를 기증했다.

LG유플러스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7년 인공지능(AI)스피커를 출시하면서부터였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시각장애인 가정, 전국 점자도서관 등에 AI스피커 2000여대를 기부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면서 아이를 키우는 ‘유성이 엄마’ 조현영씨를 광고모델로 섭외해 육아에 필요한 홈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소개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광주=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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