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대장균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24-04-23 13:00:01 게재

“오늘은 대장균에 관한 실험을 하겠다.”

오늘 미생물 실험 대상은 대장균이다. 미생물의 모양을 관찰하기 위하여 세포벽 염색도 하고 액체배지에서 자라는 대장균의 가스 발생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었다. 식품이 소비자에게 들어갈 수 있는 품질인지 적부 판단을 회사에서 출고 전에 직접 해야 한다. 간단한 검사들은 회사 내부 품질관리팀이 하고, 중금속과 같이 고가장비를 이용해야 하는 검사는 식약처에서 인정하는 시험기관에 맡기게 된다.

이 검사항목 중에 검사해야 하는 것이 대장균 여부를 확인해보는 실험이다. 학생들은 이미 이론에서 들은 바 있음에도 얼굴을 찌푸린다. 왠지 더러울 것 같고 이 균이 혹시 손에 묻게 되면 중한 병에 걸릴 것 같은 걱정이다. 실제 대장균이 잘 자란 액체배지의 냄새는 정말 지독하다. 하여튼 대장균이 더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공통으로 하는 생각이다.

대장균의 학명은 에스치리치아 콜라이(Escherichia coli)다. 사람에게도 성과 이름이 있듯이 학명도 이명법이라고 하여 일종의 어느 집 가문에 누구같이 두 단어로 이루어진다. Escherichia가 그 가문의 이름이고 coli는 이름이다. 보통 미생물의 이름은 매우 길고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나 라틴 어원인지라 생소하여 성을 세 글자 혹은 한 글자로 줄이기도 한다. Escherichia coli는 줄여서 ‘이 콜라이(E. coli)’라고 읽기도 한다.

대장균이 총대를 맬 수밖에 없는 이유

대장균은 병리적 위험이 없는 세균이다. 대부분 포유류 대장에 존재하는 세균인데 생육온도의 범위가 10~40℃로 넓고 어느 환경에서든 견디는 성질이 있다. 대장에 존재하니 분변에 많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대장균은 장내 세균의 1%를 차지하고, 병원균의 서식을 막아줄 뿐 아니라 비타민 K2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대장균은 통성혐기성 세균이다. 이는 산소가 있으나 없으나 생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장 내에 들어오는 산소를 빨리 소진해 대장 내를 산소가 부족한 상태로 바꾼다. 주위에 있는 산소 없이 못 사는 병원균들의 산소를 없애버려 자리잡지 못하게 해준다. 오히려 유익한 역할을 많이 한다.

그런데도 식품공전에는 떡하니 모든 식품에 대장균 몇마리 이하로 나와야 한다고 못 박아 놓았고, 대장균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실험 방법까지 자세히 나와 있다. 요새는 검사를 위해 배양액 살균이나 초자기구 준비까지 생략할 수 있는, 필름 위에 식품을 떨구고 하루면 판정이 가능한 편리한 방법까지 나왔으니 마치 인류의 적을 현상수배하듯 하니 대장균은 억울할 만하다.

대장균은 포유류의 대장에 언제나 존재하는 세균이며, 생육적온 범위가 넓어서 웬만한 특정상황에서만 생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자체는 병원성 세균이 아니라 검사자가 편안하게 검출을 위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대장에 살모넬라와 같은 병원균이 존재할 수 있으며, 분변에 언제나 존재하는 대장균이 식품에서 검출되었다는 것은 작업자나 작업대나 공장환경이 불결하다는 것, 혹은 식중독균에 오염되었음을 의미한다. 아니면 공정에 살균과정이 있을 때 살균이 잘 안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즉 대장균은 식품오염의 지표균이다. 대장균이 총대를 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장균이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대장균의 가족 중에는 모양새가 좀 다른 E.coli O157:H7 이라는 유전적 변종이 있다. 참고로 O는 숫자 0이 아닌 알파벳 O다. 이는 보통 대장균과 구분하기 위해 ‘병원성 대장균’이라고 부른다. 동물성 식재료와 관련된 식품 매개성 병원균이다. 1982년 미국 오레곤주 미시건주에 간 고기(ground beef)를 불완전하게 열처리해 병원성 대장균에 27명이 감염되었다. 병원성 대장균도 열처리를 완벽하게 하면 다행히도 사멸한다.

단순하기에 강력한 인류의 동반자 대장균

세포에는 두가지 형태가 있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가 그것이다. 진핵세포는 핵이라는 유전자 캐비닛이 있어서 단단히 유전자를 보호하는 반면, 원핵세포는 유전자를 따로 숨겨놓지 않고 세포 안에 널브러져 있다. 이런 세포들은 유전적 조작을 위한 접근성이 편리하다.

물론 대장균은 원핵세포로 오랫동안 인류가 잘 들여다봐온 친숙한 세균이다. 이 단순한 세포에서 벌어지는 대사회로를 인위적으로 유전자에 특정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삽입 조작해 인류가 필요한 생산물을 싸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었다.

10여개의 노벨상이 대장균을 이용한 연구였다. 이 단순함 때문에 미생물 공학분야의 발전에 대장균은 위대한 업적을 남겨왔다. 이제 그동안 혹시 가지고 있었을 우리 동반자 대장균에 대한 오해는 풀기를.

김기명 전 호남대 교수, 식품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