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입양부터 동물치유까지 한곳에서

2024-04-23 13:00:01 게재

서대문구 반려동물 전문 ‘내품애센터’

양육가구 교육·상담 소통·모임 지원도

“흐름이 할머니입니다. 저 외출해 있는 동안 편히 쉬라고 음악 틀어주고 나왔어요. 이런 자리인 줄 알았으면 흐름이도 데리고 왔을 텐데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주민 김미수(61)씨.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반려견 장애물 놀이터를 나서던 그는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했다. 계단을 올라갔다 허들을 넘고 터널을 통과해 달리다 타이어 속으로 뛰어오르는 반려견 운동체험에 직접 동참한 참이다.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반려견은 유유히 돌아섰고 김씨를 비롯한 관객들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홍은동에 ‘서대문 내품애(愛)센터’가 문을 열던 지난 17일 풍경이다.

이성헌 구청장이 전문가 도움을 받아 반려견 운동체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23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이성헌 구청장을 비롯해 지역 내 3만 가구 가까운 주민들이 4만 마리 가량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 이 구청장만 해도 진돗개 5마리와 치와와 1마리를 키우고 있고 애견협회 부회장을 20년째 역임 중이다. 이 구청장은 “우리 삶에서 반려동물은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며 “반려동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양육인으로서 주민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기 위해 반려동물 문화센터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방치돼 있던 옛 서대문등기소 건물을 활용한 내품애센터는 지상 3층으로 총 760㎡ 규모다. 1층에는 최대 18마리까지 유기견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실과 함께 상담실 놀이실 목욕·미용실을 배치했고 2층에는 체험교육장과 공동체활동공간이 들어서 있다. 옥상은 놀이터 겸 교육장이다.

서대문구는 센터를 반려가족은 물론 반려동물을 희망하는 주민들까지 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나갈 방침이다. 내품애 아카데미에서 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내 손으로 만드는 애착인형, 반려견 특식 만들기, 건강한 채식생활 등 2주 과정 실습형 문화교실을 6월까지 진행한다.

구는 각 시설을 활용해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상담 분양관리는 물론 반려동물 바른 습관 만들기, 홍제천·안산 산책교실, 놀이터 체험교실 등 문화교실 등을 운영한다. ‘신나게 놀며 사회성도 배우는 견생(犬生)역전’이라는 목표도 내걸었다. 양육인 대상 교육과 함께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자조모임도 지원한다.

무엇보다 삽살개를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한국삽살개재단에서 두 마리를 선물했다. 이 구청장은 “삽살개는 푸근한 외모에 친밀감이 느껴지는 우리 토종견으로 온화하고 충성스러운 성품을 갖고 있다”며 “서단과 대호가 참여자들 정서적 안정을 촉진하고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데 활약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월 홍은동 백련산 배수로에서 구조한 유기견 ‘행복이’ ‘행순이’도 내품애센터 2층에 둥지를 틀었다. 그간 구청장실과 구청 옥상에서 공무원들이 보살펴왔는데 지금은 어엿한 서대문구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개소식 당일 반려동물을 동반한 주민들이 3개 층을 가득 메웠고 간식과 목줄 등 기념품은 금세 동이 났다. 김미수씨는 “층마다 각각 특징이 있고 특히 주민들을 품어준다는 게 너무 좋다”고 평했다.

서대문구는 앞서 지난해 11월 연희동에 반려견과 견주를 위한 2㎞ 순환형 산책길과 반려견 쉼터 3곳을 조성했고 영천동에는 반려견 놀이터를 개장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서대문 내품애(愛)센터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주민이 소통하며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거점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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