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정재민 서강대 게페르트국제학부

2024-04-24 17:00:03 게재

“외국어·국제 과목 집중 이수, 국제 전문가 꿈 밑바탕 됐어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브라질에서 생활했다. 중3 때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외국에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과 문화를 접했던 경험이 고교와 대입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싶어 외고를 선택했듯, 국제경제와 국제통상을 공부하고 싶어 서강대 게페르트국제학부에 지원했다. 정재민씨의 얘기다. 국제학부를 꿈꿨던 고교 3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재민 | 서강대 게페르트국제학부 (경기 안양외고)

정재민 | 서강대 게페르트국제학부 (경기 안양외고)

사진 이의종

‘매콤’했던 외고, 친구들 보며 ‘나만의 공부법’ 찾아

외국에서 생활했고 국제 교류에 관심이 많아 외고에 진학했지만, 고교 생활은 그야말로 ‘매운맛’이었다.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전교 1~2등 하는 친구들에게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뭔지 물어보고 관찰하니 그들 나름대로의 패턴이 있더라고요. 전 새벽 잠이 많은 편인데 새벽까지 공부하다 보니 효율이 오르지 않았고, 오후엔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었어요. 제 생체 리듬이나 집중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11시 30분엔 잠자리에 들되, 야간 자율학습 시간과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꿔가며 저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갔어요.”

외고의 특성상 경쟁이 치열했다. 대다수 과목의 평균 점수가 90점이 넘었고, 원점수 97점을 받아도 3~5등급을 받기 일쑤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2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소수점 차이로 등급이 나뉘는 일도 많았어요. 그만큼 치열했죠. 그래도 2~3학년 때 성적이 상승한 덕분에 3점대 중반으로 내신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성적 관리는 힘들었지만, 일본 자매 학교와의 교류를 비롯해 일반고에는 개설되지 않은 진로선택 과목을 들을 수 있어 진로와 흥미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죠.”

공동 교육과정으로 국제 관련 과목 다채롭게 도전

재민씨는 고1 때 ‘경기 꿈의 대학’에서 <글로벌인재를 위한 국제관계의 이해> 수업을, 고3 때는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기술경영개론>과 <국제무역론>을 이수했다. 국제학, 국제경제 등에 관심이 많아 선택한 과목이었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과목이었고, 대학 수준의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죠. 고교 수준 이상의 국제무역, 국제경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윤리와 사상><동아시아사>도 흥미로웠다. 세계 여러 나라와의 관계, 힘이 센 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 등을 배우며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영어> 시간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영문 기사를 접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고, <통합사회>에서는 <왜 다시 친미냐 반미냐>를 읽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를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공기초일본어>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가 왜 생겨났는지 지리·사회적인 배경을 발표했다.

“일반고와는 차별화된 외국어 과목이 많았어요. <아카데믹영어>는 다양한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하고 발표하는 수업이었어요. 국제경제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남미 경제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작성하고 발표했죠. 선생님께서 첨삭도 해주셔서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에세이를 써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교내 활동에서 국제 문제 깊이 접근

외고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비롯해 창체 활동, 학교 자율 과정 등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남미에서 총 안 맞고 살아남는 법을 발표한 적이 있어요.남미는 치안이 불안정하지만 가볼 만한 명소들이 많거든요. 살았던 경험을 살려 발표했는데 다들 재밌어했어요. 강도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 하는 건 어디서나 같아요. 가방은 앞으로 메야 하고 돈이 많아 보이는 인상을 주면 안 돼요.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날달걀이 앞유리창에 날아오더라도 절대 차를 멈추고 나오거나 와이퍼를 작동하면 안 돼요. 차에서 내리면 소매치기를 당하기 일쑤고, 와이퍼로 앞유리창을 닦으면 유리창이 탁해져 시야를 가리게 되거든요.”

모의 유엔 활동에 참여해 칠레 대사를 맡아 저탄소 기부 협약과 관련해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대변했고, 학교 자율 과정인 ‘국제시사영어토론학과’ 활동에 참여해 ‘난민과 미래 사회’를 주제로 난민의 현황, 영향을 조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제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지며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토론 활동에 참여하며 난민에 대해 조사해보니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난민으로 인한 범죄도 통계적으로 증명됐다기보다는 몇몇 사례들로 선입견이 작용한 경우가 많았고요. 난민 정착 비용도 그들이 정착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나 노동 시장 활성화를 고려하면 이점이 더 많다는 걸 알 수 있었죠.”

그 밖에도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 아시아계 증오 범죄와 원전 정책,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홍콩 민주화 등의 주제를 자율 활동을 통해 탐구했다. 고2 동아리 활동으로는 ‘국제경제와 전쟁과의 상호적 관계’ 를주제로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관계, 한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수 없는 경제적 이유, 러-우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포기하지 않았던 ‘수시러’, 경쟁률 높은 신설학부 최초합

재민씨는 국제통상, 국제경제, 국제학부 등을 고려하며 지원할 대학을 선별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서강대 게페르트국제학부,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 중앙대 국제물류학과와 글로벌금융학과, 경희대 자율전공학부를 지원했다. 고려대 외 5개 대학에서 최초 합격했다.

“외고를 다녔지만 내신이 3등급대라, 5명밖에 안 뽑는 신설학과에 합격할 거란 확신이 없었어요. 게페르트국제학부는 국제관계학 전공, 국제통상학 전공, 아시아 전공 등 3개의 트랙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제통상학을 배우고 싶어 지원했어요. 마감 전날 경쟁률이 높진 않았는데 원서 마감 후 보니 5명 모집에 8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7.0:1이었어요. 높은 경쟁률에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합격을 해 기뻤어요. 고민할 필요 없이 서강대를 선택했죠.”

스스로 돌이켜보니 외고를 다니며 일본 자매 학교와의 교류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점, 어학 관련 다양한 교과목 이수로 언어 역량을 드러낸 점 등이 종합전형에서 의미 있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교과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 많이 힘들었지만, 끝까지 수시를 놓지 않았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수능이 어려워도 수시라는 든든한 카드가 있다고 생각하니 정시만 올인하는 친구들에 비해 수능 날 덜 긴장할 수 있었죠. 적극적인 학교생활을 통해 진로도 구체화했고요. 수시는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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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