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사회적연결

“도서관이 지닌 포용성으로 사회적 고립 해소”

2024-04-25 13:00:01 게재

도서관 중심으로 지역 공통 관심사 나누는 연결망 구성 … 공론장에서 정보 나누고 다른 사람 의견 경청

우리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뿐 아니라 지역의 이웃들을 만나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다. 나아가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지역의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을 위한 실천을 함께할 수 있다. 성북구립도서관의 ‘원북성북’ ‘도서관 네트워크(:)온’ ‘마을인(in)수다’ 등 프로그램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연결을 보여주는 사례다.

성북구립도서관은 ‘원북성북’ ‘도서관 네트워크(:)온’(네온) ‘마을인(in)수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연결을 지원한다. 원북성북은 성북구 한 책 읽기 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이 ‘한책추진단’ 및 ‘한책추진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중심 역할을 한다.

2023년 서울 성북구에서 진행된 '한 책 최종후보도서' 토론회. 사진 성북문화재단 제공

네온은 지역 내 다양한 기관 및 단체와 함께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는 장이며 마을인수다는 의제를 정해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공론장이다.

19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도서관 세미나실에서 만난 김주영 성북문화재단 도서관부장은 “한 책 읽기 사업에 참여한 한 이용자는 처음엔 마스크를 벗지 않고 사진도 찍지 말라고 했는데 스스로 다양한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시간이 지나 지금은 마스크를 벗고 한책추진단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도서관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곳이고 다양한 주제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서 “누군가 뭔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용기를 내 약간의 문턱을 넘어 공공도서관을 방문한다면 도서관이 지닌 포용성을 바탕으로 그 사람을 끌어안고 사회적 고립을 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서울 성북구 월곡꿈그림도서관에서 진행된 '마을인수다'. 사진 성북문화재단 제공

◆"도서관 책모임, 인생에 큰 돌파구" = 성북구 한 책 읽기 사업 원북성북은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개인이나 독서회 등 누구나 ‘올해의 한 책’ 추천도서를 접수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470여명이 올해의 한 책 추천도서를 접수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도서관과 한책추진단 운영위원들은 8권의 1차 후보도서를 선정하고 8권의 책에 대해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최종 후보도서 4권을 추린다. 이후, 4권의 책에 대해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읽기를 진행한다. 올해의 한 책은 10월 온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주민들이 직접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직접 올해의 한 책 선정에 참여한 주민들이 한책추진단이 되며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고자 하는 주민들은 한책추진단 운영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한책추진단 운영위원들은 직접 최종 후보도서 선정을 위한 토론회를 운영하며 올해의 한 책을 정하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한다. 올해 한책추진단 운영위원은 67명에 이른다.

이명희 한책추진단 운영위원장은 “토론을 할 때 소모적인 대화가 되지 않게 좋은 질문을 준비하고 다양한 관점을 나누고자 노력한다”면서 “책모임에 처음 함께할 때 환대한다는 느낌을 주고자 하며 책모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이어진다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전업주부로 살아가면서 아이를 키우는 삶밖에 없고 사회와 거리가 멀며 고립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도서관이라는 굉장히 가까우면서도 큰 사회에서 환영을 받고 취향과 취미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생에 큰 돌파구가 됐다”고 덧붙였다.

◆도서관 밖에서 지역 주민을 만나다 = 네온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은 물론, 지역의 다양한 기관 협회 단체 등이 함께하는 연결망이다. 2017년 처음 연결망을 만들 당시, 사서들은 3달여 동안 도서관 밖으로 나가 지역을 잘 아는 누구라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듣고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문하는 이용자들을 맞이하기만 했던 도서관이 직접 지역 주민들을 찾아 나선 셈이다.

그리고 그해 도서관을 중심으로 월 1회 회의를 하는 연결망이 처음 운영됐다. 지난해 기준 12개의 모든 성북구립도서관에서 165개의 기관이 함께하며 335명이 참여하는 15개의 연결망이 운영됐다. 강영아 장위행복누림도서관 관장은 “3달 정도 지역 사람들을 만나다가 지역을 기반으로 얘기를 나누고 같이 뭔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모일 수 있었다”면서 “지역 주민도 있었고 기관이나 협회 단체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네온은 지역 모임인 만큼 지역의 공통 관심사나 현안에 대해 얘기하는 장으로 역할을 한다. 도서관은 책과 자료 등 정보서비스를 제공해 보다 밀도 높은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만남이 쌓이면서 함께하는 기관들끼리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지역 사업을 도모하기도 한다. 도서관은 적절하게 기관들을 연결하고 다양한 협업의 가능성을 북돋아준다. 연결망에는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한 지역의 여러 복지기관 등이 함께하고 있어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 등을 주제로도 다양한 얘기가 오고갔다. 실제로 이 모임에서 나온 의견을 기반으로 복지관 등의 지원으로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이 지역의 빈 공간에 분식집을 차린 적도 있었다.

지역 교육 활동가인 이혜민씨는 “처음 소개를 받아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일반 청년들과 함께하며 어떤 선입견 없이 보편적인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 도서관은 물론, 지역 복지관과 관계를 맺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을인수다 기반으로 실천모임 만들기도 = 마을인수다는 성북구 내 각 도서관별로 1년에 1차례 여는 공론장이다. 이진우 아리랑도서관 관장은 “공론장은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이 주체가 돼 자기 문제들을 제기하고 해결하며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라면서 “공론장은 우리 사회의 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마을인수다는 성북정보도서관 등 7개관에서 진행됐고 227명이 참여했다. 각 의제는 △사회적 고립 △가족을 구성할 권리: 홀로, 그리고 함께 살기를 위한 다양한 상상 △공유의 너머 △반려동물 △놀이터가 없는 우리동네, 우리에게는 놀 권리가 필요합니다 등 다양하다.

공론장 의제는 네온 등을 토대로 파악한 사회 혹은 지역 현안 위주로 결정된다. 사서들은 공론장을 열기에 앞서 지역 주민들이 보다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책과 자료 등 정보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련 주제의 강연을 열고 사전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역 주민들은 마을인수다에서 전문위원의 주제 정리 이후,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나누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졌거나 활동을 해 온 사람들을 만나면 즉석에서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한다.

김 도서관부장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의제로 한 마을인수다에 실제로 사회적으로 소수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면서 “우리 사회에서 소수라고 느꼈던 사람들이 공론장에 와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서로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사회적 고립을 주제로 한 마을인수다에서 사회적 고립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는 사람을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했다”고 말했다.

마을인수다는 실천모임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마을인수다를 통해 지역의 현안이나 문제점을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실천을 기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모임이다. 예컨대, 성북구 석관동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를 의제로 열린 마을인수다를 기반으로 자발적으로 ‘쓰담쓰담’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 관장은 “지역 주민들이 실천모임을 만들어 함께 정기적으로 청소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행사나 축제에 참여하는 등 활동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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