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스마트 경로당' 화상수업 눈길

2024-05-07 13:00:01 게재

8곳 120명이 함께 노래하고 건강체조

양방향·비대면 여가 … 도우미도 노인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박수 다시한번~. 어깨를 흔들어 보세요. 스트레스를 팍팍 날리면서~.”

서울 성북구 삼선동 삼선실버복지센터 2층. 커다란 화면 앞에서 노현태 사회복지사가 목소리를 높인다. 팔과 다리를 크게 움직이며 동작을 이어가자 크고 작은 8개 화면 속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보인다. 같은 삼선동에 있는 한성경로당부터 멀리 정릉동과 석관동에 있는 곳까지 모두 8개 경로당에서 한꺼번에 건강체조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꾸린 스마트 경로당 체계를 활용한 원격 화상수업이다.

이승로(맨 오른쪽) 구청장이 스마트 경로당 원격수업 현장을 찾아 노현태(가운데) 강사와 함께 체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7일 성북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서울시 사업에 공모해 스마트 경로당을 준비해왔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화재감지 가스차단 잠금장치는 함께 사업을 시작한 여느 자치구와 다르지 않다. 구는 여기에 더해 첨단체계를 활용한 여가생활 지원, 정서적 돌봄에 힘을 실었다.

실시간 화상회의 체계가 우선이다. 코로나19 기간 원격으로 체조·음악다방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온 삼선실버복지센터를 거점공간으로 정했다.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티브이와 카메라 오디오 스피커 등을 설치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경로당에도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티브이와 카메라 등을 구매·비치했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변화를 싫어하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들 귀찮다고 싫어하셨다”며 “경로당이 활성화되지 않은 곳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방문·설득, 8곳 120명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건강체조와 노래교실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3월 각 경로당을 방문해 동작 등을 미리 공유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노인 일자리와 연계한 ‘스마트 매니저’ 9명이 기기 사용법을 미리 익히고 현장실습까지 거쳐 수업 진행을 돕는다.

성북구에서는 가수 임영웅이나 방탄소년단보다 인기라는 노현태 강사 역할이 크다. 가수 출신으로 인기가수 안무까지 담당했던 그는 사회복지사로 방향을 튼 뒤 노년층을 위한 건강박수를 직접 개발했다. 그는 “박수를 치면서 손목과 어깨 근력을 키울 수 있고 노래교실에서는 즐겁게 전신운동을 할 수 있다”며 “트로트를 활용한 맞춤 안무까지 인지기능 향상, 치매예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원격수업 현장에서는 화면으로도 각 경로당의 열기가 전해진다. 목소리를 높이며 방방 뛰다시피 수업을 이끄는 노현태 복지사에 이어 한성 508번지 동소문 정릉4동까지 각 경로당에서도 노인들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올 듯 흥겹게 춤을 춘다. 30분 이상 화면 맨 앞을 차지하는 삼선동 주민 신경순(76)씨는 “주변에서 시끄럽다고 해서 지하에서 노래 부르고 체조를 한다”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성북구는 현 체계를 활용한 손작업이나 반려식물 가꾸기, 지역의원과 연계한 건강강좌 등을 구상 중이다.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과 일상 속 디지털 기기 활용교육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건강관리 스마트팜 등 추가 기능 도입과 함께 스마트 경로당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어르신들이 디지털 흐름에서 낙후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여가문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구청장은 “삼선동부터 정릉·석관동까지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어 더 많은 어르신들을 잇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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