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인민은행, 사상 첫 가상화폐거래 실험

2017-06-27 11:00:01 게재

MIT테크놀로지리뷰

중국 인민은행이 자국 시중은행과 자체 개발 가상화폐로 시범 거래를 하는 모의실험을 진행중이다.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인민은행 간부의 강연과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인민은행과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거래 모의시험을 진행중"이라며 "인민은행 전략은 위안화와 더불어 쓰일 자체 개발 디지털화폐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인민은행의 모의실험은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중국이 가상화폐와 관련한 기술적, 기호논리적, 경제적인 도전과제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던지는 함의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의 지원을 배경으로 기존 법정화폐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는 디지털 가상화폐가 도입되면 금융거래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에 따라 보다 범용적인 금융서비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아직 전통 시중은행 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금융당국이 온라인거래와 관련한 더 큰 감독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거래는 이미 중국 전역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거래를 추적하기 쉬워지면 중국이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부패와의 전쟁'에 큰 도움이 된다. 가상화폐는 또 경제 흐름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당국의 정책수립과 실행에 큰 도움이 되는 지점이다. 결국 가상화폐로 국가간 거래가 촉진되면 중국 밖에서의 위안화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암호화화폐로도 알려진 민간 디지털화폐는 최근 폭발적 상종가를 울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통화정책 개혁에 나선 유일한 나라는 아니다. 올해 인도는 세금탈루와 범죄수익을 막기 위해 일부 화폐를 없앴다. 영국중앙은행과 캐나다중앙은행, 독일 분데스방크, 싱가포르 통화당국 등 일부 중앙은행도 가상화폐를 연구중이다. 하지만 중국의 가상화폐 거래 모의실험은 사상 처음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가상화폐가 시중은행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이라는 매개체 없이도 개인이 직접 중앙은행과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인민은행 전자금융부 부국장인 야오치엔은 중국 학술지 '칭화파이낸셜리뷰'에 올린 최근 기고문에서 "시중 상업은행이 가상화폐를 위한 전자지갑(Digital Wallets)을 운영하게 되면, 디지털화폐를 기존 금융시스템에 통합시킬 수 있다"고 썼다.

인민은행이 개발중인 가상화폐는 디자인 측면에서도 기존 가상화폐와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거래를 가능케 하는 분산원장은 블록체인으로 불린다. 중앙당국의 개입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야오치엔 부국장은 "중국 가상화폐는 제한된 방식으로만 분산원장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거래프로세스 전반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위안화의 막대한 거래건수를 감당하기엔, 넘을 수 없는 병목현상이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지 추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활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인민은행은 가상화폐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표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실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상화폐에 대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기술적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인기를 얻으면 얻을수록 비트코인 개발자집단 내에서 가상화폐의 미래 향방에 대한 내분이 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최근 몇년 간 들쑥날쑥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달 동안엔 2배 폭등했다가 급락하는 등 어지러운 추세를 보였다.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는 가상화폐가 오히려 커다란 호소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사이먼 존슨은 "중국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 금융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존슨 교수는 "중국은 이미 모바일 결제와 가상화폐 부문의 실험과 관련해 선도적 위치에 있다"며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리페이와 같은 민간 영역에서 많은 기술혁신이 있으며 비트코인 사용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라며 "중국이 가상화폐 기술의 선두에 선다면, 그와 관련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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