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J연구소 "북한 시장에서 농산물 비중 20%"

2018-01-25 10:09:53 게재

농업에 시장경제 확대

북한의 주요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 비중이 10~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농업연구소 GS&J(이사장 이정환)는 23일 발표한 '북한의 농업 부문 시장화 실태와 전망'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농산물 범주에 수산물, 가공식품, 담배 등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20%를 초과한다. GS&J의 북한·동북아연구소 권태진 원장이 탈북자 및 전문가 인터뷰, 관련 자료 등을 통해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농업에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농업부문에 새로운 경제관리 방법을 도입해 시장경제적 요소를 대폭 도입한 결과다.

그동안 작업반과 작업분조의 틀에 갇혔던 협동농장 조직은 분조관리제의 틀 안에서 농장의 실정에 맞게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하게 됐다. 과거 생산과 분배의 최소단위는 15명 내외로 구성된 분조였지만 분조 안에 5명 내외(2~3가족)로 구성된 포전담당책임조로 세분화한 것이다. 분조관리제의 틀 안에서 농장 실정에 맞게 조직과 물자를 운영할 수 있게 협동농장의 자율권은 확대됐다.

협동농장 생산물 중 곡물 고기 과일 고치(말린 것)는 중앙지표, 나머지 농산물은 협동농장 자체지표로 분류된다. 중앙지표 품목은 협동농장이 최우선 순위로 생산하고, 국가수매를 통해 국정가격으로 국가에 판매한다.

하지만 자체지표 품목은 협동농장이 계획권 분배권 자금조달권 잉여농산물판매권 가격제정권 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농장은 곡물생산 중심에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권 원장은 "협동농장은 중앙에서 시달된 곡물생산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일정 부분 농장의 책임운영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며 "수익이 높은 여러가지 작물을 재배해 시장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동농장은 중앙에서 배정하는 자금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은행에 돈자리(계좌)를 개설하고 적립 범위 안에서 필요한 자금으로 영농물자 식량 등을 구입하거나 경영활동에 이용하는 식이다. 또, 농장은 주민들의 유휴화례 자금도 직접 동원할 수 있다.

생산물을 판매할 때는 국정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판매할 수도 있고, 수출도 가능하게 됐다. 권 원장은 "농장은 국가 수매계획과 자체 식량수요를 충족한 후 남은 생산물로 생산과 경영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곡물 등 중앙지표로 관리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잉여 생산물이 발생해도 시장에서 임의로 팔 수 없다. 이 경우는 기업체 등 지정된 기관에 협상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다.

시장에서 농산물 거래 물량이 늘어나면서 농산물 가격은 안정되고 있다. 북한의 곡물생산량이 증가한 데다 사적 영농활동이 확대되면서 시장유통물량도 늘어 북한과 중국의 곡물시장 가격 차이는 20% 이내로 축소됐다.

국정가격과 시장가격 차이는 여전히 크지만 격차가 줄고 있다. 쌀의 국정가격은 kg당 40원으로 고정돼 있지만 쌀 시장가격은 2013년 1분기 6300원에서 올해 1월 현재 5000원 이하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통옥수수 국정가격도 kg당 20원이지만 시장가격은 2500원에서 1700원으로 하락 추세다.

권 원장은 "북한 농업부문 시장화는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일단 확대된 시장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북한도 향후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시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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