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개도국 졸업 대안은 '가격대책'

2019-10-24 10:56:48 게재

식량안보 필수품은 제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 개발도상국 지위에 대해 졸업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농업의 가격리스크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의 대표적 민간 농업농촌연구소 GS&J는 23일 '농업통상문제의 핵심: 가격리스크와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개도국 졸업을 선언하되 농업의 가격리스크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개도국 졸업선언을 거부하면 미국의 대 중국 전략에 비협조하는 것으로 돼 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지만 개도국 졸업을 선언해도 농업통상에 미칠 영향은 적다는 게 이유다.

개도국 졸업을 선언해도 농업통상에 미칠 영향이 적다는 것은 정부도 계속 주장하고 있다. WTO규정상 한국이 개도국 졸업을 선언해도 새로운 농산물 협상이 타결돼 이행될 때 그 영향이 실현된다는 게 근거다.

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가 개도국 특혜를 둘러싼 대립으로 결렬된 후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개도국 갈등으로 새로운 농산물 협상이 다시 전개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연구소는 국내 농업인들이 갖고 있는 개방충격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 53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이행 중인데 2030년까지 관세감축과 저율할당관세(TRQ)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수입 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산 농산물 가격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다 WTO에서 새로운 농업협상에 전격 합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충격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개방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로 농산물의 가격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환 GS&J이사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농정의 핵심은 가격리스크 완충장치 운용"이라며 "미국은 1930년대부터 중요 농산물 가격지지 장치를 운영했고, 1970년대부터 기준가격 보전장치를 농정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도 1950년대부터 농산물 가격지지 장치를, 1990년대부터 기준가격 보전장치를 공동농업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개도국 졸업 선언을 계기로 선진국형 가격리스크 완충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며 "중요 농산물별 최근 평균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정하고 시장가격과의 차액 85% 내외를 농가에 직접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특정작물의 과잉생산 유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당년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생산 비연계 방식'과 '객관적 기준에 따른 기준가격 설정 규범'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 작물별 가격불안정이 줄어 경영불안정도 완화하고 작물별 재배면적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이사장은 "이를 농업의 환경·생태·경관 가치 제고를 위한 공익형직불제와 함께 농업정책의 양축으로 하면 농민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농업의 개도국 졸업을 선언해도 식량안보에 필수적인 소수 품목은 제외한다는 것을 명시할 것도 제안했다. 식량안보에 필요한 민감품목 예외는 국제적 양해사항이므로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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