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지정제 확대' 기업 반대 여전

2020-11-10 11:38:40 게재

효과 인정하지만 반발 "감사 비효율" … "정책당국, 제도보완 필요"

"[감사인 지정제도 도입효과 설문조사] 기업 62.6% “감사독립성 향상”" 에서 이어짐

대우조선해양 사건 이후 기업이 외부감사인 한곳과 오랫동안 감사계약을 맺으면 유착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제대로 된 회계감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감사인지정제 확대시행이 결정됐다. 기업들은 감사인지정제도 확대가 감사인의 독립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제도 시행에는 여전히 반대 의견이 강했다.

◆'지정제 찬성' 기업 18.2% 불과 = 지정제 찬성여부를 묻는 질문에 회계법인은 91.4%가 찬성한다고 응답했지만 기업의 찬성응답은 18.2%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반대 이유는 '감사인 변경시 회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 따라 감사의 비효율성이 발생해 감사품질 감소가 예상된다'(27.4%)는 것과 '자유수임제도에서도 충분히 감사인의 독립성과 회계투명성이 제고돼 왔다'(26.7%)는 것이다. 통상 감사보수 향상으로 인해 기업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직접 이같은 의견을 밝힌 비율은 8.1%에 그쳤다.

염 부대표와 김 교수는 "이같은 회사측의 반대 이유는 정책당국의 향후 정책기조 유지에 있어서 참고할 만한 결과"라며 "지정감사인의 회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감사 비효율성 제거나 과도한 감사보수의 제한 등에 있어서 감사인과 피감사인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첨예한 쟁점 '하향 재지정제도' = 이번 연구에서 중점을 둔 부분 중 하나는 '외부감사인 등급 하향신청제도'다. 금융당국은 기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회계법인 재지정 요청을 가능하게 했고, 당초 회사와 동일군 이상 상위등급에 속한 회계법인을 재지정(상향 재지정)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하향 재지정 요청'도 받아들였다.

금융당국은 기업을 자산총액 기준으로 5개 군(가군~마군)으로 나눴고 회계법인도 규모에 따라 그룹군을 5개로 나눴다. 나군에 속한 기업에게는 가군과 나군 회계법인만 지정될 수 있고, 다군에 속한 기업은 가~다군 회계법인만 지정될 수 있는 구조다. 당초에는 나군 회계법인을 지정받으면 가군 회계법인으로 상향해서 재지정을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하향 재지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회계법인의 그룹을 낮추는 게 허용됐다. 다만 회사와 동일군 이상의 회계법인으로 재지정 감사인을 한정해 감사품질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연구에서 기업들은 하향재지정 신청이유에 대해 55.1%가 '지정감사인의 감사보수가 너무 과다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27.2%는 '감사인의 감사강도가 너무 강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히 빅4 회계법인 기피 현상이 강했다. 빅4들은 사전지정통보를 받았던 대상회사의 하향재지정 신청을 경험한 비율이 48.0%였고, 그 외 회계법인들은 10.5%로 큰 차이를 보였다.

회계법인과 기업 모두 '하향 재지정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비율은 회계법인 76.9%, 기업 57.6%다.

개선 필요성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양측의 입장차이는 컸다. 회계법인은 제도개선 이유에 대해 '하향재지정을 통해 깐깐하고 부담스러운 감사인 대신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감사인을 지정받을 수 있다면 이는 회계투명성 제고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응답이 51.2%를 차지했다.

반면 기업은 '하향재지정을 통해 감사보수 부담을 줄여보고자 하나, 재지정 이후 더 이상 감사인 변경을 할 수 없기에 오히려 감사보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6.9%로 높게 나타났다.

염 부대표와 김 교수는 "깐깐한 감사를 피하기 위한 하향재지정신청과 지정감사인의 감사보수 과다요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직권지정대상기업의 경우만이라도 하향재지정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지정감사인의 감사보수는 어느 정도 상향제한을 둔다든지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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