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속 '무료 생필품 나눔' 눈길

2021-02-17 11:37:55 게재

동대문·성동·영등포 '푸드뱅크' 대상 확대 … 사각지대 발굴효과 톡톡

지난달 말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사랑나눔 푸드뱅크·마켓'을 찾은 ㄱ씨. 영등포구가 차상위계층 등 일부에 제한돼있던 푸드뱅크·마켓 이용 대상자를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주민 누구나'로 확대하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이혼한 뒤 4살 아이와 함께 월셋방에 사는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먹거리가 급했던 참이다. 그는 3만원 상당 식료품과 생필품을 챙긴 뒤 신길1동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주거급여와 한부모가정 지원 신청을 했다.

서울 자치구가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이 없도록 무료 식품·생필품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새롭게 발굴되는 등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더 힘든 이웃을 생각하는 주민들 기부도 줄을 잇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0원마켓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영등포구는 지난달 18일 푸드뱅크·마켓 3곳에 '영원(0원)마켓'을 열었다. '영등포구 주민이 원하는 마켓'이자 '0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긴급지원대상 기초수급탈락자 차상위계층이 식품과 생필품을 무상으로 가져가던 곳인데 주민 누구에게나 문호를 열었다.

0원마켓은 쌀 라면 등 식료품과 휴지 샴푸 비누 등 생활필수품, 의류 잡화까지 구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주민 누구나 3만원 상당 물품을 4종까지 가져갈 수 있다. 한달만에 1차 지원을 받은 주민이 1048명에 달한다. 20대부터 8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 주민이 찾았는데 20~50대는 실직과 폐업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경우였고 60~90대는 홀몸노인이 다수였다. 주민들이 주로 찾는 물품은 쌀과 잡곡, 라면과 고추장·된장, 참치캔과 세제였다. 1차 이용자 가운데 32명은 2차 지원을 받고 동주민센터를 통해 찾아가는 복지상담을 예약했다.

성동구와 동대문구도 설 연휴를 앞두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간을 열었다. '든든 한끼 누리소(所)'와 '바로드림코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용답동 진열대를 살피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성동구는 기존 푸드뱅크와 차별화해 행당1동 성수2가1동 등 권역별 5개 동주민센터 외부에 물품 진열대를 설치했다. 굳이 동주민센터를 들어가지 않더라도 물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진열대에는 쌀 즉석밥 라면 통조림 김 등 식료품을 비치, 주민 누구나 1회에 한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용대장을 작성해야 하고 하루 50명분이 소진되면 운영을 중단한다.

오후 2~4시에만 한시적으로 문을 여는데 설 연휴인 11일과 13일에만 각각 177명과 143명이 '든든 한끼'를 이용했을 정도로 주민들 호응이 크다. 하루 평균 39명, 2주간 2232명이 쌀과 라면 햇반 참치캔 김 손소독제를 가져갔다.

동대문구 '바로드림'은 신설동 동대문푸드뱅크·마켓에 마련돼있다. 주민 누구나 1회에 한해 3만원 상당 식품과 생필품을 가져갈 수 있다. 다만 푸드마켓 이용신청서와 개인정보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1일 바로드림 코너가 문을 연 이후 지난 15일까지 647명이 이용했는데 그 중 85명은 기존 이용자가 아니었다. 실직 생계곤란 등을 이유로 찾은 이들이다.

신길1동 ㄱ씨처럼 공적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었던 주민들이 공공에 손을 내미는 사례가 여럿이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일용직 노동자, 급여가 30% 줄어 생계가 어려워진 중증장애인 등이다.

자신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기부에 동참하는 주민도 많다. 영등포구만 해도 7월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퇴직 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며 기부를 했고 폐업으로 0원마켓을 찾은 주민이 '더 어려운 이웃이 이용해야 할 것 같다'며 라면과 즉석밥 등을 기부하고 돌아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단 한분이라도 배고픔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위기가구 발굴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지원이 꼭 필요한 이웃들이 도움받을 수 있도록 주민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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