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운시장 전망하면서 홍해충격 예측 난제

2024-01-12 00:00:01 게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24 해양수산전망대회'

컨운임지수 900~1100 예상 … 현실은 1900 눈앞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11일 '2024 해양수산 전망대회'를 열고 해운 항만 수산 등 각 부문별 올해 시장흐름에 대한 전망을 분석 발표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올해 해양수산전망대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미리 인쇄한 해운시장 전망 보고서에는 최근 세계해운시장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홍해해협 통항 중단' 영향이 언급돼 있지 않았다. 해양수산개발원은 홍해위기 변수도 포함해 분석했지만 선복량 증가라는 공급압박 요인을 주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운임지수는 전망치를 벗어나고 있다.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망대회가 열린 11일에는 홍해 위기가 호르무즈해협으로 확산됐다.

홍해서 후티 미사일 격추하는 영국 구축함 | 영국 구축함 HMS 다이아몬드호가 10일(현지시간) 홍해에서 대공 요격 유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 다이아몬드호와 미국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 등은 전날 예멘 반군이 홍해 남부 해역 국제 항로를 향해 발사한 자폭 드론 18기와 미사일 3기를 격추했다. 사진 연합뉴스· 영국 국방부


◆시장 밖 흐름 예측 어려운 수요·공급 전망 = KMI 해운시장연구센터가 작성한 '해운시장 주요 이슈 및 시황전망' 보고서는 올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900~1100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선박인도량 증가로 운임 하방압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근거다. 수요(물동량)와 공급(선복량) 불균형이 악화돼 올해 컨테이너운임에서 계절성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컨테이너시장 운임지수(SCFI)는 연평균 1004로 2022년 평균 3410 대비 70.5%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화물수요 감소와 대규모 신조선 인도가 이어져 공급과잉 기조가 시장을 지배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보다 3.8% 증가하지만 컨테이너선 선복량 증가율은 10% 안팎으로 전망했다. 운임이 계속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본 근거다.

건화물선(벌크선)과 유조선시장 전망에서도 홍해위기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운시장연구센터는 올해 건화물선 시장을 예측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생산량 감소로 흑해곡물 수출량이 13%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는 보고서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유조선시장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이 유럽에서 중국 인도로 변하고, 유럽은 미국산 원유수입을 확대하는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라 세계 원유공급량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동분쟁  확산에 따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세계 해운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홍해 통항선박 공격 변수는 올해 해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올해 시장전망치(왼쪽)와 현실이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해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불안정 확산 = 현실은 전망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컨테이너운임지수를 흔들고 있는 변수는 시장 밖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홍해해협 통항 불안정이 컨테이너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발표되는 SCFI는 지수 1000을 오르내리다 지난 5일까지 6주 연속 상승하며 1896.65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4일 993.21을 기록한 지수는 12월 1일 1010.81로 17.60포인트 상승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SCFI가 6주 연속 오른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그 사이 11월 19일 후티반군(예멘)이 홍해해협을 지나는 민간선박에 대해 공격을 시작했다. 후티반군은 10일(현지시간)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미국 국적 선박을 공격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 중에 미국 선박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후티 반군의 도발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홍해의 불안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불확실한 가운데 이란이 11일(현지시간) 걸프 해역(페르시아만)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유조선을 나포했다. 선박의 항행 불안정이 홍해에서 호르무즈해협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해상운임은 홍해-수에즈운하를 지나는 아시아~유럽 항로 뿐만 아니라 홍해를 지나지 않는 아시아~북미서안, 유럽~북미동안 등 다른 주요 항로 운임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의 유조선 나포는 탱커 벌크선 등 다른 선종 운임도 자극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시장 밖 충격이 수요·공급에 기반한 시장전망과 달리 2020년~2022년 해상운임을 급격히 끌어올린 상황이 재연될 것인지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은 2020년 1월 전망대회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변수를 반영해 2020년 2월 '코로나19 사태와 해운물류산업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홍해 불안정을 재평가한 올해 해운시장 전망이 새롭게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

동부 아프리카 소말이아와 아라비아반도 예멘 사이 아덴만 해역을 오가는 한국 선박의 안전운항을 돕고 있는 해군 청해부대 장병들이 선상에서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합동참모본부


◆정부·선사·화주 비상대응반 가동 = 정부도 홍해에서 확산되고 있는 해운시장 불안정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11일 서울 한국해운빌딩에서 송명달 차관 주재로 '홍해해협 통항 중단 수출입물류 비상대응반'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해수부를 포함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한국해운협회 HMM 등 해운기업과 단체,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양수산개발원 등 관련 공공정책기관들이 참여했다.

그동안 해운물류 관계 차관회의(지난해 12월 21일) 국적선사 대책회의(12월 27일) 비상경제차관회의(올해 1월 5일) 등을 현황을 점검하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것이다.

비상대응반은 해수부 차관을 반장으로 상황총괄팀(해수부 해운정책과 등) 선사대응팀(해운협회) 화주대응팀(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컨테이너 대응팀(HMM) 영향분석팀(KMI) 등으로 구성했다.

해수부와 HMM은 비상대응반을 통해 이달 중순부터 2월 초 사이 북유럽 노선에 1만1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1척과 지중해노선에 4000~6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3척을 임시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내일신문 1월 10일자 기사 참조)

정부와 해운기업 등은 국적선사 선박의 가용 공간에 한국물동량을 최우선 배정하고, 중소기업에게는 전용 선적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자동차 수출에 대해서도 컨테이너선을 통한 대체 수출과 물량 보관을 위한 야적장 추가 확보도 지원하기로 했다.

송 차관은 "중동분쟁 확산과 함께 홍해 통항중단 같은 상황이 중동 내 다른 지역에도 발생할 수 있다"며 "해수부는 우리나라 수출입 물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사 등과 함께 국내 화주의 수출을 위한 선복 공급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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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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