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와 생물다양성│인터뷰 -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기후위기로 인류 위협? 핵심이 빠졌다"

2024-01-22 10:39:57 게재

'어떻게'에 해당하는 생물다양성, 관건은 '지속성' … 인간 참살이에 중점? 근본 질문부터 다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인류가 위험해진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어떻게 인류가 위험해지는 걸까요? 그 '어떻게'가 바로 생물다양성 부분인데 이 연관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16일 세종시 시청대로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만난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후위기가 심화하면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 전문위원회 생태전문위원(2022년 2월~) △세계자연보전연맹 종생존위원회(IUCN SSC) 계통발생적 다양성(Phylogenetic Diversity) 전문위원회(Task Force) 위원(2020년 9월~) △한국환경정책학회 편집위원(2019년 1월~)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편집위원(2019년 1월~)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생태 및 진화생태학 박사


"생물다양성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이나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법 등에서 정의가 약간씩 달라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변화'를 측정하는 겁니다. 해당 생태계에 속한 생물들의 분포와 이동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 거죠. 생물다양성이 항상 올라가야 좋은 것도 아니에요. 자연에서 중요한 건 균형의 유지, 즉 '지속성'이거든요."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육상·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간의 변이성'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1'에서 생물다양성은 육상생태계 및 수생생태계와 이들의 복합생태계를 포함하는 모든 원천에서 발생한 생물체의 다양성이다.

생물다양성, 평가 방법에 따라 차이 커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평가는 동일한 정보를 가지고 다양한 이름으로 바뀌어서 진행되어 온 측면이 있어요. 생태계서비스나 비오톱(생태서식공간 혹은 생물서식지) 등이 그 대표적인 예죠.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측면에서 생물다양성 본질을 꾸준히 고민해야 했는데, 지나치게 '인류 참살이(웰빙)'에 무게중심을 실어 온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생물다양성은 하나의 트렌드처럼 시대별로 새롭게 바뀌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거든요."

이 연구위원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들 중 하나인 평가 지표를 보다 정교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최근 높아진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만큼 이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지표 개발이 한창이다.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는 생물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항목들 중 하나로 계통발생적 다양성(Phylogenetic diversity·PD) 지표가 포함됐다.

"특정 지역에 특정 종이 몇 개체 있고 얼마나 많은 종이 있는지 등만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을 측정하면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분명 있어요. 실제로 동일한 지역에 대해 계통발생적 다양성을 고려해서 생물다양성을 측정하면 약 30%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종전 방식들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새로운 기법을 확립하는 게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기후변화로 인한 보전대책을 수립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어요."

국립생물자원관의 '기후변화 대응 생물다양성 평가 및 변화 예측 연구(2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생물다양성전략 및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에서 생물다양성을 평가해 정책적으로 활용할 때는 주로 종풍부도 혹은 산술적인 종다양성 지수만을 사용해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특정 종 위주의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종-생태계-유전적 다양성'을 함께 고려하는 평가 방식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 종생존위원회(Species Survival Commission)의 계통발생적 다양성 태스크포스 작업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참여중이기도 하다. 계통발생적 다양성 태스크포스는 계통발생적 다양성을 보전 전략에 포함시켜 더 폭넓은 채택과 이해를 촉진하는 지침을 제공하는 전세계 전문가들 그룹이다.

시민과학 활성화 위해 새로운 시각 필요

"우리나라 생태계 현황 연구는 굉장히 잘 되어 있어요. 국립공원의 경우 5년마다 자연자원조사를 법적으로 반드시 해야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전국 주요 습지를 대상으로 1999년부터 매년 1월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도 실시해요. 이외에도 시민과학자들이 주축이 돼 다양한 현황 조사들이 주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하고 있죠. 이 자료들을 토대로 좀 더 고도화한 생물다양성 평가를 하는 게 연구자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법이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이미 축적된 자료들을 새로운 연구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듬는 일도 연구자 역할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말했다.

"시민과학자들이 수집한 자료가 과학적 형식에 맞지 않아서 활용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시민과학자들이 숙련된 연구자들처럼 해당 자료들을 수집하고 조사하길 바라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해외에서는 시민과학자들에게 정교화 된 수집기술을 요구하기 보다는 집 앞 혹은 근처 생태계 변화에 대해서만 알려달라는 식으로 접근을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연구진들이 하는 모니터링을 해외에서는 시민과학자들이 하는데, 이때에도 고급 기술을 요구하지 않죠. 시민과학에 대해서 시각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크리스마스 버드카운트'는 시민과학의 대표적인 예다. 크리스마스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때 집 마당 혹은 동네에 새들이 얼마나 있는지 탐조하고 공유하는 문화다. 정보 수집은 물론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생각을 어린 시절부터 친숙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사례들이 보다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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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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