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쟁점은

파리협정 이후 첫 기후대응 평가 … 구속력은 안갯속

2023-11-20 11:03:07 게재

화석연료 '사용' 퇴출이냐 '배출' 퇴출이냐, 목표는 같지만 입장차 팽팽 … 선진국과 개도국간 기금 논쟁도 여전

"미국과 중국의 합의(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를 환영한다.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은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증명한다. 모든 당사자가 단결하고 행동하고 COP28에서 야심찬 GST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은 15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COP28은 파리협정 이후 처음으로 GST를 하는 총회다. 그만큼 의미가 깊지만 논의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했다.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각 국가별로 이해관계는 여전히 팽팽하다.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4일 중국 남부 장시성 주장시 루산구 주민들이 극심한 가뭄으로 수위가 떨어져 부분적으로 메마른 바닥이 드러난 포양호를 걸어서 건너는 장면. 주장 신화=연합뉴스


30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엑스포시티에서 열린다. 이번 COP28은 파리협정 이후 처음으로 전지구적 이행점검(GST)이 이뤄지는 총회로 의미가 깊지만 그만큼 우려도 크다.

GST는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도구로 파리협정의 핵심 매커니즘이다. GST 제1차 결과는 COP28에서 나오며, 이후 5년을 주기로 시행된다. 하지만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거나 각 국가별 평가가 이뤄지는 건 아니라서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이번에 논의될 각종 서약(ple-dge)들도 실효성 논란이 일 수 있다. COP28 의장단은 △다배출 부문 녹색 공공조달 서약 △냉방서약 △수소선언 등 다양한 서약들을 의욕적으로 주도 중이다.

13일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COP28에서 논의할 공약(commitment)들이 없는 상황도 아닌데 서약들이 얼마나 비중 있는 결과물들을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며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국제사회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COP28에서는 30일 개막식을 한 뒤 12월 1~2일 세계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린다. 또한 9~10일에는 자연 토지이용 식량 농업 물 등을 주제로 고위급 회의를 한다. 198개 당사국들과 국제기구 시민단체 산업계 등 7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최초로 교황이 함께 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만큼 국경을 초월하는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이 절실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재해가 늘고 있다. 사진은 8월 8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인 장면. 라하이나[미국 하와이주]AP=연합뉴스


◆3차례 기술대화에도 구체적 진전없어 = 14일 노동운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방향성에 대해 반대하는 국가는 없는 상황인데, 이를 GST를 통해 얼마나 추진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라며 "국제협약이 가진 한계가 분명 있으니 정치적인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리더들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4일 이태동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토의정서체제에서도 대부분의 선진국이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약 5% 줄여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달성되지 못했다"며 "교토의정서체제의 한계를 분석했을 때 각 국가별 소비수준과 정책적 함의 등을 다루지 않고서는 온실가스 저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GST 기술 평가를 위해서 지난해부터 제 1~3차 기술대화가 이뤄졌다. 지난 6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5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부속기구회의(SB58)'에서 GST 기술 평가 단계가 마무리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지난 9월 1~3차 기술대화를 통합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COP28에서는 이 종합보고서를 바탕으로 GST 기술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제1차 GST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문을 채택한다.

기후위기 심각성에 비해 3차례 기술대화에서 구체적인 진전이 거의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1~3차 기술대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GST 진행과정을 통해 비당사국에서 관련 정보들을 제출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보다 신속하게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조치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16일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COP28에서 GST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그동안 시민사회가 해왔던 '이름 부르기와 창피주기(naming & shaming)' 방식은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며 "무역제재 등 탄소를 기반으로 각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의 추가 조항들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그나마 추진력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추가 초항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시민사회연대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COP28을 향한 기후행동의 연합'이라는 주제로 열린 아부다비 지속가능성주간(ADSW) 개막식에서 'COP28 UAE' 로고가 화면에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진국이 약속한 기후재원, 지각 달성 =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에너지전환과 이에 필요한 돈이다. COP28에서도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UNFCCC의 '1~3차 GST 기술대화 통합 보고서'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해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고 줄어들지 않는 모든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일은 필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이미 화석연료 퇴출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단어 하나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바로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연료 배출의 단계적 퇴출'이다. 사용과 배출이라는 한 단어 차이로 각 국가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은 180도 달라지기 때문에 입장 차가 첨예하게 갈린다.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퇴출은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과 사용 자체를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화석연료 배출의 단계적 퇴출은 CCS(탄소포집·저장) 기술 등을 통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이처럼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온도차는 있지만 COP28에서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의욕적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COP28 의장단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글로벌재생에너지연합(GRA) 등과 함께 전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고 연평균 에너지효율을 2배 증가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극적으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합의됐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견차는 여전히 첨예하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고통을 겪는 개도국들에게 선진국들이 보상(보상이라는 단어에는 아직도 이견이 있지만)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제안됐다. 이는 2020년까지 선진국이 약속한 연간 1000억달러(약 132조원) 규모의 기후재원과는 별개다.

UNFCCC 사무국은 손실과 피해 기금의 지원체계 및 상세 운영방안 논의를 위해 준비위원회를 운영하고 5차례 회의를 가졌다. 개도국은 UNFCCC 사무국이 손실과 피해 기금의 운영 주체가 되고 대출이 아닌 보조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진국은 자체적으로 내는 기금 이외에도 펀딩 방식으로 다자간개발은행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내세웠다. 5차례 회의 끝에 나온 권고안에서는 세계은행이 기금을 임시적으로 유치하는 방안으로 잠정 합의가 된 상태다.

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세부안이 확정된다 해도 지난 기후재원과는 달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기후 행동을 위해 선진국이 제공하고 동원한 기후 자금은 2021년 896억달러에 불과하다. OECD는 지난해에야 연간 1000억달러의 기후자금이 제공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OECD가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기후 자금을 제공하고 동원하려는 선진국의 목표 달성 진행 상황을 평가한 결과다.

이산화탄소 크기 | 9월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열린 '런던자연사박물관 기후변화체험전'에서 이산화탄소 크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됐다. 연합뉴스


◆수소선언 등 탈탄소, 그린워싱 우려도 = COP28 의장단은 탈탄소 가속화를 위해 다양한 서약에 동참할 것을 요구 중이다. 수소선언도 그 중 하나다. 수소 및 파생물에 대한 인증 제도를 상호 인정하도록 정치적이나 기술적 수준에서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게 목표다.

노 교수는 "수소선언에 대한 의지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어떤 수소를 택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그린수소로 가야지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 등으로 나뉜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수소와 암모니아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한일 정상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것을 계기로 스탠퍼드대에서 함께 좌담회를 하면서 이러한 의견을 나눴다고 알려졌다. 교도통신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글로벌 밸류 체인'으로 명명한 한일 수소·암모니아 공급망 구축을 제안했다.

18일 로버트 하워스 코넬대학교 교수는 "블루수소는 '청정'하지 않으며, 이를 태우는 것은 단순히 화석 연료를 태우는 일보다 기후변화를 더 악화할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의 확대를 촉진할 수 있는 공급망을 만들기로 약속함으로써 화석연료 기업들이 청정이라는 잘못된 기치 아래 오염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와 직접 전기(전기를 기기의 에너지원으로 바로 쓰는 경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경우에만 그린수소를 유일한 청정수소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기쉬운 용어설명
파리협정 =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 아래로 억제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1997년 채택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기후협약으로 2020년 이후 적용됐다.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지만 파리협정에서는 참여하는 당사국 모두가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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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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