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탕후루 만들며 설날·명절문화 공유

2024-02-07 13:00:30 게재

은평구 다문화가정 ‘어울림 한마당’

전통놀이·음식 체험하고 합동 세배

“아까부터 이거 너무 먹어보고 싶었어요. 찹쌀떡인데 가운데 바나나를 넣었어요. 중국에도 비슷한 게 있는데….” “탕후루~ 탕후루 더 주세요~.” “일본 과자 한번 드셔보세요. 도라야키라고 한다네요.”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구가족센터 지하. 중국 베트남 일본 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라 은평에서 만난 이웃 30여명이 4개 나라 음식을 맛보며 떠들썩하니 대화에 한창이다. 위층에서는 아이들끼리 같은 음식을 나누며 놀이를 즐겼다.

은평구가 다문화가족과 함께 각국 명절 체험을 하는 어울림 한마당을 열었다. 김미경 구청장과 가족들이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 은평구 제공

은평구가 설 연휴를 앞두고 다문화가족이 다양한 명절문화를 체험하면서 상호 문화를 나누고 지역사회가 화합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판을 깔았다. 이날 오후 1시부터 2시간여동안 진행된 ‘우리설날 세계설날, 설맞이 세계문화 어울림 한마당’이다. 가족들은 각국 고유 의상을 입고 명절에 즐기는 먹거리에 놀이까지 함께 체험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가족정책과 공무원 2명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국 대표가족으로 합류했다.

가족센터 지하 1층 전체를 다문화 체험장으로 꾸몄다. 설날에 즐기는 음식이 우선이다. 쌀로 만든 베트남 국민 먹거리 반미와 과일에 설탕물을 입힌 중국 대표 간식 탕후루는 직접 만들어보도록 재료를 준비했다. 한국 식혜와 약과, 만주족 전통과자 사치마, 일본 명란과자 멘베이, 베트남 떡 반뎃 등 잔칫상 차림도 푸짐했다. 투호와 중국 팔각건(八角巾), 베트남 버우쿠아가콥(주사위), 일본 켄다마(죽방울) 등은 놀이 체험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족팀과 센터팀이 편을 갈라 합동으로 진행한 ‘인간 윷놀이 대회’는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보는 것 같다”는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앞서 가던 말을 잡고 잡히고, 엎치락뒤치락 이어지던 경기는 한국살이 사흘째인 새색시가 옻을 던지고서 결판이 났다. 걸음마를 갓 뗀 아이부터 중학생까지 어른들에게 합동 세배를 했고 김 구청장 등이 대표로 나서 “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화답했다.

곱게 우린 보이차와 홍차에 각종 먹거리를 나누는 다과 시간까지 어울림 한마당은 2시간을 꽉 채우고 마무리 됐다. 2008년부터 한국살이를 하고 있는 김태숙(52·역촌동)씨는 “조선족 출신이라 문화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네에서 활동을 많이 하면서 빨리 적응하려고 했다”며 “웇놀이 대회 응원단장도 맡아서 재미나게 놀았다”고 말했다.

은평구는 어울림 한마당을 비롯해 다문화가족이 겪는 다양한 문제와 욕구 해소를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가정통신문 외국어 번역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교육기관과 연계해 가정통신문을 포함해 주요 공지·문서를 선배 다문화여성들이 번역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한다. 결혼이민자를 번역인력으로 양성해 사회참여 역량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 현재 베트남 9명을 비롯해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22명이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기초학습 지원을 한다. 한글 말하기와 읽고 쓰기, 숫자 수세기와 셈하기 등 학교생활에 필요한 기본 학습을 지원하고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한다. 특히 아동과 함께 보호자 초기상담을 진행한다. 언어발달과 이중언어 학습 지원도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다문화·중도입국 가정과 자녀를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맞춤형 교육과 지원을 확대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돕겠다”며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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