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고도제한 완화, 도심 재정비 첫발 뗐다

2024-02-08 13:00:01 게재

중구 ‘마중물 사업 계획’ 주민과 공유

명동관광특구 연계, 지역 활성화 구상

“주민들이 큰 힘이 돼 줬습니다. 30년 숙원이 이뤄졌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 김길성 중구청장과 좌석을 가득 메운 주민들이 새해 덕담을 주고받듯 서로를 추어올린다. 회현동에 이어 6일과 7일 저녁 쌍림동과 다산동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고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감을 공유했다. 남산 고도제한이 일부 완화돼 해당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찾아가는 주민 설명회' 자리다. 김 구청장은 “주민과 함께한 전략이 성과를 거뒀다”며 “민선 8기 1호 공약인 도심 재정비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8일 중구에 따르면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 남산 일대를 비롯해 구 전체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남산을 포함한 ‘신(新) 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 드디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남산 고도지구 재정비(안)'을 심의·의결했다. 김길성 구청장은 “30년간 과도한 규제로 묶여 건축물은 노후화됐고 주민들 삶의 질이 저하됐다”며 “합리적인 높이 조정을 요구했는데 80%는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중구는 민선 8기 시작과 동시에 남산 고도제한 완화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움직임만 봐도 숨가쁠 정도다. 착수보고와 동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구의회 보고를 거친 뒤 주민협의체를 꾸려 머리를 맞댔다. ‘고도지구의 이해’를 주제로 한 아카데미와 주민인식 설문조사, 전문가 대토론회와 부동산 관계자 아카데미, 동별 공론장과 ‘주민공감 100인 100색’ 등도 합리적인 전략을 짜는 과정이었다. 도시계획위원회가 의결한 재정비(안)이 그 결과물인 셈이다.

재정비(안) 핵심은 그간 12m와 20m로 묶여 있던 높이를 16~40m까지 완화한 것이다. 김길성 구청장은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짓자는 게 아니라 깨끗하게 정비해서 함께 잘 살자는 뜻을 전했다”며 “특히 주민들 고충을 시에 전달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중구는 세부 내용을 고시하는 시점에 맞춰 약수역과 버티고개역 일대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동시에 마중물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도지구 내 환경정비를 유도하고 주민편의시설 확충, 지역별 현황에 맞는 정비사업 지원, 주민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정보 전달과 소통창구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가협의회와 손잡고 토지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개발 여건이나 사업규모, 고도 완화 효과와 사업방식까지 사전에 검토할 계획도 있다. 주민이 부담해야 할 몫 중 절반을 구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남산 고도지구 완화와 함께 공공지원을 통해 속도를 내고 있는 재개발 사업도 중구를 새롭게 거듭나게 할 동력이다. 신당10구역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찾아가는 현장상담과 궁금 사례 분석 등 적극적인 개입에 힘입어 6개월만에 조합설립 인가까지 진행됐다. 중림동 재개발 사업 역시 주민 동의율 75%를 달성, 오는 7월 창립총회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명동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돼 관광특구로 면모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구는 광고물에 인공지능 관광안내, 지능형 가판대 등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처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공동체와 산업생태계를 단단히 다진다는 구상이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구와 주민이 힘을 합치면 넘어서지 못할 장애물이 없다”며 “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낙후된 도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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