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들 ‘음주운전 DJ’ 엄벌 탄원

2024-02-14 00:00:00 게재

"라이더 3명 중 1명 음주사고 당하거나 목격"

배달 기사(라이더)들이 서울 강남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 라이더를 숨지게 한 30대 클럽 DJ 안 모씨 엄벌을 촉구했다. 아울러 음주피해 실태를 밝히고 음주운전감시단 활동 계획도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법은 강화됐지만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쳐 운전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다”며 “음주운전 가해자를 엄정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음주운전 가해자 엄벌 촉구 탄원서 접수.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노동자에게 도로 위는 작업장으로 음주운전은 마치 흉기를 들고 일하는 현장에 뛰어들어 난동을 부리는 것과 같다”며 “이번 사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지 끝까지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회견 후 라이더들은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1500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앞서 이달 3일 안씨는 오전 4시 30분쯤 강남구 논현동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 만취 상태에서 벤츠 차량을 몰다 50대 라이더를 치어 숨지게 했다. 사고 당시 안씨는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반려견을 품에 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안씨는 위험운전치사 혐의로 지난 8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설 연휴 기간 실시한 음주사고 실태조사도 공개했다. 배달기사 40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음주사고를 당했거나 사고를 목격한 경우가 30%나 됐다. 근무 중 음주 운전자를 발견한 경우도 60%나 됐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6일 음주운전 뺑소니범 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배달노동자는 3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주에서 무면허 음주운전을 하던 군인이 차를 몰다 라이더를 치었다. 4월에는 30대 음주운전자가 50대 라이더를 치어 숨지게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인천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라이더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특히 인천 사건은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라이더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앞으로 음주운전감시단을 결성해 근무 현장에서 음주운전 의심사례를 적발하고 제보하는 활동을 전개하겠다"며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엄벌에 처해지는 지에 대한 감시도 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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