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판매량 감소…빈자리 막걸리 채우나

2024-03-05 13:00:01 게재

국내 물론 미국 독일 맥주시장 감소 … MZ세대 막걸리 아재술 아닌 ‘힙한술’로 인식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맥주시장이 줄고 있다. MZ세대들 사이 함께 술마시는 분위기가 줄고 맥주는 기성세대들이 마시는 술로 인식되면서 소비가 줄고 있다. 반면 맥주 빈자리를 채우려는 기타 주류 공세도 만만찮다.

GS25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팔팔막걸리와 하드포션 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제공

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업계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는 지난해 매출 224억원, 영업손실 109억원을 냈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손실 규모가 100억원을 넘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2% 감소했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코스닥시장 입성 당시 2023년 매출을 1148억원, 영업이익은 219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매출은 예상치의 19.5%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성장한 수제맥주는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 올들어 한 편의점업체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6%나 줄었다. 수제맥주 대표 브랜드인 세븐브로이맥주도 지난해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39억원이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레스토랑 식당 등에서 판매되는 영업용 맥주 판매량 역시 2018년 7억400만리터에서 2022년 5억9600만리터로 15.4% 감소했다.

맥주 감소세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에서도 맥주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미국 맥주산업 조사업체인 맥주마켓터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맥주 출하량은 1억9520만배럴로 전년대비 5.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출하량은 최근 24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2022년에도 전년대비 3.5% 줄었지만 감소세 속도는 지난해가 더 가팔랐다.

미국인들 맥주 선호도 역시 감소세다. 갤럽 설문 조사에 따르면 맥주 와인 증류주 중 맥주 선호도는 지난해 37%로 1992년 47%에서 10%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술을 피하려는 젊은층 소비경향도 맥주소비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

맥주소비 하락에 미국 맥주업계는 무알코올맥주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맥주시장 전체에서 무알코올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맥주소비 감소에서 무알코올 맥주시장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맥주 판매성장률은 1% 수준에 그쳤지만 무알코올맥주는 35%나 급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Z세대가 전 세대 중 술을 가장 적게 마시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이들 비중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며 “Z세대는 무알코올 음료를 맥주 대안으로 본다”고 전했다.

무알코올 맥주 위세는 ‘맥주의 나라’인 독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판매량은 5273만7000배럴로 전년에 비해 4.5% 줄었다. 1993년 이래 최저치다. 독일 맥주업계도 무알코올 맥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무알코올맥주 시장점유율은 7%이지만 향후 독일에서 만드는 맥주 10분의1을 무알코올 맥주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통주 마케팅 다양 = 국내에서는 맥주 빈자리를 막걸리로 채우기 위해 전통주업체들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전통주를 찾는 MZ세대가 늘면서 2018년 4590억6600만원이었던 막걸리시장 규모는 2022년에는 5189억7400만원으로 늘었다.

이제 성인이 된 대학생들 사이 막걸리가 인기를 얻으며 MZ세대를 겨냥한 다양한 막걸리가 출시되고 있다. 특히 이색재료와 혼합한 막걸리는 술을 처음 접하는 대학생에게 거부감없이 마실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이색 막걸리로는 서울장수 ‘달빛유자’와 ‘허니버터아몬드주’ ‘얼그레이주’를 꼽을 수 있다. 이 제품들은 전통적인 막걸리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맛과 향으로 M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달빛유자’는 고흥산 유자로 빚은 유자막걸리로 유자과즙이 뜸뿍 들어가 싱그러운 향과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또 100% 국내산 쌀로 빚어 묵직한 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경험할 수 있다. 국내산 천연 벌꿀이 가미돼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2023년 ‘대한민국 주류대상’ 전체 탁주부문 대상과 살균탁주 부문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했다. 또 한국쌀가공품품평회 장관상 수상 등 우수한 품질력을 인정받았다.

‘허니버터아몬드주’는 허니버터아몬드의 달달하고 고소한 맛이 더해져 재미있고 이색적인 제품으로 막걸리 대중화에 기여했다. 해당 제품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현재 미국 호주 일본에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얼그레이주’는 최근 MZ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얼그레이주 하이볼 콘셉트 막걸리다. 세계 3대 홍차로 꼽히는 ‘우바’(Uva)를 담아 발효시켜 홍차 특유 풍미와 과하지 않은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신생 양조장 주목 = MZ세대 사이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얻자 신생 막걸리 양조장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힙걸리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역 청년 양조장 매출 성장을 돕고 있다. 힙걸리 프로젝트는 GS25가 전통주 업계에 종사 중인 청년사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매월 20~30세 젊은사업가들이 운영하는 양조장 하나를 선정해 전통주·막걸리 등 상품에 대한 판로 확대와 마케팅 활동을 지원한다.

1기 참여기업인 ‘상주주조’ 매출은 한달새 250%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판 바질 막걸리 ‘너디호프드라이’(500ml) 사전 예약분이 첫날 완판됐으며 오프라인에서도 90%를 웃도는 판매율을 달성했다. 동기간(1월 23일~2월 27일) GS25 막걸리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18.9%로 상승했다.

양사는 이번 성과에 대해 이색주류 맞춤형 판매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먼저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위치한 GS25플래그십스토어 도어투성수에서 너디호프드라이를 최초 공개하며 홍보 활동에 나섰다. 도어투성수 매장은 20~30세 방문 고객 80% 이상을 차지하는 매장이다.

1~2인가구 확대에 따라 편의점용 소용량으로 제작했던 점 역시 톡톡한 효과를 봤다. 실제로 GS25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30세가 구매비중 67.5%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1~2인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소형·오피스텔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힙걸리 프로젝트 두번째 주자로는 김포 금쌀을 넣은 팔팔막걸리와 하드포션이 선정됐다. 정덕영(36) 대표가 운영하는 경기도 김포소재 농업회사법인 팔팔양조장 최상급 상품으로 특등급 쌀의 우아한 단맛과 풍미가 일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막걸리가 오히려 맥주보다 일명 힙한 주류가 됐다”며 “당분간 맥주시장은 감소하고 막걸리시장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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