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

세계여성 법적 보호 권리 남성의 64.2%

2024-03-05 13:00:30 게재

세계은행, 190개국 조사결과 발표 … 권리 이행 위한 관련 제도 도입 39.5% 불과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성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가 남성의 64.2%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세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세계은행(WB)은 4일(현지시간) ‘여성, 비즈니스와 법 2024’ 보고서를 발표했다. 190개국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로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를 남성과 비교했을 때 이전 조사 추정치 77.0%에서 64.2%로 낮아졌다. 게다가 법적 권리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감독 등 관련 제도 도입률은 39.5%에 불과했다.

세계은행은 4일(현지시간) 성별 임금격차 문제가 여전하고 이는 은퇴 이후의 재정적 안정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사진은 1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놓인 여성 일자리 지원 사업 안내문.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세계은행은 △이동성 △직장 △급여 △결혼 △자산 등 8개 지표에서 여성 권리를 보장하는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해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종전과 달리 △여성 안전 △보육 서비스 접근성 등 새로운 지표를 추가했다. 이전 조사와 달리 여성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권리 추정치가 떨어진 이유는 이 새 지표들이 생겨서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190개 국가에서 여성을 위한 법적 개혁과 실제 결과 간의 격차를 평가했다.

◆성격차 해소 시 세계 GDP 20% 증가 = 이날 세계은행은 보도자료를 내고 “직장 내 여성의 전세계 성별 격차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며 “이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법들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법적 권리는 남성의 약 2/3에 불과한 데다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제도 확립은 40% 미만에 불과했다”며 “한 예로 98개국에서 성별 임금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동일가치 동일노동과 관련한 법안을 제정했지만 약 20% 국가만이 성별 임금격차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월급 공개 등의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의 인더미트 길(Indermit Gil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차별적인 법률과 관행으로 인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 막혀있다”며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을 20% 이상 증가시키고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2배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테아 트룸비츠는 “남성 4명 중 3명이 세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만 여성은 절반도 안 된다”며 “이는 불공평한 게 아니라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의 경제적 참여를 늘리는 일은 직접적으로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라며 “국가는 인구의 절반을 소외시킬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성별 임금격차 문제, 은퇴 뒤에도 영향 =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임금격차 문제는 여전했다. 동일한 노동을 해도 남성이 1달러를 받을 때 여성은 77센트를 받았다. 게다가 이 문제는 은퇴 이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서는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지만 일하는 동안 낮은 임금을 받고 아이를 낳으면 휴가를 내고 일찍 은퇴하기 때문에 노년기에 연금 혜택이 적어지고 재정적 불안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62개 국가에서 남성과 여성이 은퇴하는 연령이 동일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2.4시간을 무임금 돌봄 노동에 더 사용했다. 세계은행은 보육서비스를 확대하면 여성 노동력 참여가 처음에는 1%p 증가하다가 5년 이내로 2배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 여성들이 법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안전’이었다. 세계 평균 점수가 36.3%에 불과했다. 이는 세계 여성의 약 1/3만이 △가정폭력 △성희롱 △조혼 등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는다는 뜻이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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