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변화하는 생물다양성…커지는 장기생태연구 중요성

2024-03-11 13:00:04 게재

미래 인력 양성 시급

“아보카도는 아직 농가에 추천하는 품종은 아닙니다. 해걸이(한해는 과실이 많이 결실되고 그 다음해에는 결실량이 아주 적은 현상의 반복)가 심해서요. 태양광의 광량과 광질은 유지하고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조절하면서 작물 재배가 어떻게 달라질지 등을 연구하죠.”

9일 제주도에서 만난 김성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은 이렇게 말했다. 기후변화로 대한민국 과수 재배 지도가 바뀌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기후변화 관련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를 토대로 예측한 사과의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 결과에 따르면 2090년대 전 국토 면적 중 0.9% 정도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하다.

9일 제주도에서 만난 김성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관이 파파야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작물 재배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온도상승은 식물의 생육기간을 연장하므로 작물 재배에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은 ‘연평균 온도’ 개념이다. 오히려 기상이변 현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농업, 특히 기후조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수 재배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사과 등 과일의 경우 정상적으로 자라 상품가치가 있는 열매가 맺히려면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 한자리에서 수확이 가능한 경제 수령까지 재배해야 하는 특성상 다른 작물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지구온난화로 대한민국 작물 재배 지도가 바뀌고 있다. 사진은 제주도 노지에서 자라는 올리브.

◆생물다양성 보고 ‘제주도’, 환경수용력 한계 도달 = 9일 전지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소장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제일 잘 알 수 있는 곳이라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며 “게다가 최근 다문화사회로 전환속도가 빨라지면서 파파야 등 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작물들이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 이민자들에게 ‘에스닉 푸드(Ethnic food)’라 불리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이런 작물들은 제주도에서 자랄 수 있는데 정작 수요가 있는 곳에는 보급이 되지 않고 있어서 이 문제도 풀어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제주도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의 관광수요가 증가하면서 환경수용력이 급격하게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형평성 문제 △관광수익 감소 우려 등으로 답보 상태다.

8일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라며 “관련 용역을 하고 있고 국회 등과도 긴밀한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지역이다. 사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

◆계통발생적 다양성 등 평가 정교화 = 2005년 유엔 주도로 인류복지에 생태계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생태계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증진시키는데 필요한 행동의 과학적 근거들을 마련하기 위해 새천년생태계평가가 이뤄졌다. 그 결과, 생물다양성은 직·간접적으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유지함으로써 인류 행복과 안전을 지키는 다양한 구성요소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들 중 하나인 평가 지표를 보다 정교하게 개발하는 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는 생물다양성을 평가하기 위한 여러 항목들 중 하나로 계통발생적 다양성(Phylogenetic diversity·PD) 지표가 포함되기도 했다. 계통발생적 다양성 지표는 생물다양성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다. 생명나무를 기반으로 해당 종이 직면한 멸종 위험을 기반으로 주어진 시간 내에 손실될 양을 예상한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신기술 효과 극대화 = 문제는 이렇게 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가장 기초가 되는 ‘장기생태연구’를 위한 미래 인력 양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8일 제주에서 만난 권오석 경북대학교 교수(국제장기생태연구네크워크 동아시아-태평양지역위원장)는 “인공지능 등 각종 기술이 발달해도 기초가 되는 분야는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며 “기본기가 탄탄해야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해서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건 당연한데, 정작 현장에서 힘들게 기초 자료 수집 등을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제장기생태연구네트워크는 기후변화 등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생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생태계 연구자의 연합이다.

권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식용곤충 산업화의 중요성을 얘기했을 때 혐오스럽다거나 황당하다는 이들이 많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대세가 됐다”며 “생물다양성 가치를 존중하면서 환경과 산업을 접목하면 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권 교수는 8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생태학교 준비를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국제생태학교는 대만 태국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약 9개국이 함께 한다. 사단법인 국회 환경생태기상ICT융합포럼이 운영한다. 환경생태기상ICT융합포럼은 환경 생태 기상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국가 미래비전수립을 위한 정책개발 및 연구를 한다. 관련 산업계 활성화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양한 활동도 펼친다.

제주=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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